호르무즈 봉쇄 한 달, 비료값 75% 폭등…’애그플레이션’ 경고등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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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로 비료값 75% 상승
미국의 콩 농장 / 연합뉴스

교역로 하나가 막히면서 전 세계 식탁이 흔들리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지 약 한 달 만에 글로벌 비료 공급망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으며, 식량 가격 급등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25일(현지시간) 전쟁 발발(2월 28일) 이후 질소 비료의 기준 지표인 이집트산 과립형 요소 가격이 톤(t)당 400~490달러에서 최근 70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가격 상승률이 최대 75%에 달한다.

리서치 업체 알파인 매크로는 요소와 암모니아 가격이 각각 약 50%, 20% 급등했으며 포타시(칼륨)와 유황도 동반 상승했다고 밝혔다. 현재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이 거의 중단된 상태로, 수십 척의 선박이 해협 인근에서 발이 묶여 있다.

수출 가능 물량 30% 증발…우크라이나 사태보다 심각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에서 해상으로 운송되는 비료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교역로다. 중동은 전 세계 유황 공급량의 약 45%와 요소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는 주요 생산지이기도 하다.

이란 "발전소 파괴시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
이란 “발전소 파괴시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 / 연합뉴스

시장 조사 기관 CRU의 크리스 로슨 시장정보 담당 부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이란 등이 출하하던 비료 제품이 끊기면서 현재 수출 가능 물량의 약 30%가 시장에서 사라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클레어(Clere)는 봉쇄가 지속될 경우 전 세계 비료 거래의 최대 3분의 1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비료 수급난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대체 공급처를 찾기도 어렵다고 평가한다. 당시에는 특정 국가의 개별 공급 차질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중동 다수 국가의 중앙 수송로가 동시에 차단됐기 때문이다.

“질소 비료는 거를 수 없다”…하반기 수확량 타격 불가피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질소 비료 부족의 즉각적인 파급력이다. 로슨 부사장은 “아직 비축량이 있어 버티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비료 부족의 여파로 수확량이 타격을 입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데이비드 헤일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칼륨이나 인산 비료는 한 시즌 정도 안 줘도 큰 지장이 없지만, 질소 비료는 절대 이렇게 거를 수 없다”며 “질소 투입량과 수확량 사이에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모닝스타 분석가 세스 골드스타인은 질소 비료 가격이 현재 대비 약 2배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3주만 봉쇄해도 韓 제조업 비용 5.4%↑…장기화 땐 11.8% 급등" - 뉴스1
호르무즈 3주만 봉쇄해도 韓 제조업 비용 5.4%↑…장기화 땐 11.8% 급등” / 뉴스1

카타르에너지가 이란의 공격으로 LNG 시설이 타격을 받아 가스 생산을 중단하면서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비료 공장들의 연쇄 가동 중단도 공급 차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신흥국·미국 농가까지 직격…”식량 안보 위협”

비료 부족이 밀·옥수수·쌀 수확 감소로 이어지면 먹거리 가격이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일 매니저는 “식량 수입량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와 비료 수입의 4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인도가 특히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비료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질소·인산·칼륨 비료 전체 국내 소비량의 약 3분의 1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비료 가격 폭등은 고유가와 맞물려 농업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고 농가 수익성을 떨어뜨리며 국내 인플레이션 압박을 높인다고 CNBC는 분석했다.

미국 내 54개 주요 농업 단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파종기가 시작된 시점에 연료·비료 가격이 치솟아 피해가 막대하다”며 “이번 물류 대란은 미국 식량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동에서 미국까지 비료 운송 기간이 30~45일에 달하는 만큼 단기 공급 회복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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