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올리는 ‘반전세’ 계약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8.67% 상승할 전망인 가운데, 집주인들이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 매물 감소로 이미 집주인 우위 시장이 형성된 데다, 전세의 월세화 흐름까지 맞물리며 세입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월세가격지수는 올해 2월 기준 132.790으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강남권 중심 ‘보증금 인하·월세 인상’ 사례 잇따라
실거래 사례를 보면 강남구 ‘래미안라클래시’ 전용 59㎡는 기존 계약(보증금 2억 3,256만 원·월세 82만 원)에서 보증금 1억 1,210만 원·월세 108만 원으로 갱신됐다. 보증금이 약 1억 2,000만 원 줄어든 반면 월세는 26만 원 올랐다.
같은 강남구 ‘디에이치포레센트’ 전용 59㎡도 보증금 2억 3,040만 원·월세 81만 원에서 보증금 1억 1,260만 원·월세 107만 원으로 전환됐다. 보증금을 유지한 채 월세만 인상한 사례도 있다. 강남구 ‘청담2차e편한세상’ 전용 102㎡는 기존 월세 40만 원에서 60만 원 오른 보증금 9억 원·월세 100만 원 조건으로 반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전세 매물 40% 급감…월세 비중 50% 육박
전세 공급 절벽도 월세화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다. 서울 전세 물건은 현재 1만 6,911건으로, 1년 전 2만 8,110건 대비 39.9%나 줄었다. 실거주 의무 강화와 신규 입주 물량 31% 급감이 전세 공급을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올해 서울 임대차 계약 5만 2,115건 중 월세(반전세 포함)는 2만 4,935건으로 전체의 47.8%를 차지했다. 신규 계약만 놓고 보면 절반 이상이 월세 거래다.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는 “갱신요구권 4년이 끝난 매물은 임대료를 크게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전세가 월세 형태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도 매도 대신 월세 전환…세입자 부담 더 커진다
다주택자들도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와 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매도 대신 월세 전환을 선택하고 있다. 성동구 한 공인중개사는 “월세 물건이 부족해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붙는다”고 전했다.
대출 규제 속에 수억 원대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진 세입자들도 자연스럽게 월세로 이동하는 추세다. 전세 수요가 월세로 몰리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재계약 시 전세 보증금 대신 월세를 올려 보유세 부담에 대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임차인도 보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를 선택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 중심의 정책이 지속될 경우 신규 전세 가격이 폭등하며 임대차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