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국민 생활요금을 직접 위협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3월 24일 공공기관 대상 차량 5부제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전방위 에너지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억제하기 위한 긴급 대응 조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유 안보 위기 2단계인 ‘주의’ 경보 발령을 계기로, 3월 25일부터 공립학교를 포함한 2만여 개 공공기관에 차량 5부제를 의무 적용하기 시작했다. 민간 부문은 현재 자율 참여를 유도하되, 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되면 의무 확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LNG 가격 급등이 전기요금을 흔든다
이번 정책의 핵심 배경은 LNG 가격 폭등이다. 동북아 현물 LNG 지표인 JKM(일본·한국 마커)은 중동 사태 이후 2주 만에 50% 이상 상승했고, 일부 시점에는 전쟁 발발 전 대비 100% 이상 급등했다.
한국의 전기요금 구조에서 연료비조정요금 항목은 발전용 LNG 비용이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2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으나, 3분기 인상 압박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LNG 소비를 최소화하면 전기료 인상 압박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석탄 병행 가동…에너지 믹스 긴급 조정
정부는 차량 5부제와 함께 에너지 공급 구조도 긴급히 재편하고 있다. 정비 중인 원전 5기를 5월까지 재가동하는 한편, 과거 ‘탈석탄동맹’ 가입으로 사실상 종언을 선언했던 석탄 발전도 연장 가동하기로 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를 LNG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복합 전략으로 분석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차량 5부제로 석유 소비를 줄이고, 공급 측면에서는 원전·석탄으로 LNG를 대체하는 이중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번 에너지 믹스 조정이 3분기 요금 인상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기 위한 단기 대응이라고 평가한다.
실효성 검증은 ‘숙제’…고령층 무임승차 제한도 검토
차량 5부제의 요일별 운행 제한 체계는 월요일 끝번호 1·6, 화요일 2·7, 수요일 3·8, 목요일 4·9, 금요일 5·0이며, 전기차·수소차와 장애인 차량, 임산부·유아 동승 차량은 제외된다. 위반 4회 이상 상습 위반자는 징계 조치가 가능하다.
정부는 하루 약 3,000배럴의 석유 절감을 기대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절감 효과 분석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김 장관은 에너지 총사용량 감소 규모에 대해 “아직 챙겨보지 못했다”고 밝혀, 정책 실효성 검증이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부담이 큰 카드도 함께 거론된다. 정부는 출퇴근 시간대 고령층 지하철 무임승차 제한을 대중교통 혼잡 완화 방안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차량 10부제를 2개월간 전국 시행했던 선례와 마찬가지로, 이번 위기 대응이 민간 영역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대될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