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아끼려다 발 묶일 판”… 5부제 직격탄 맞고 중고차 시장서 찬바람 부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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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발 원유 수급 불안에 대응해 2026년 3월 25일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승용차 5부제를 의무 시행한다.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에 부활한 에너지 위기 대응 조치다.

이번 정책이 자동차 시장에 던지는 파장은 단순한 에너지 절약 차원을 넘는다. 규제 면제 대상을 전기차·수소차로 한정하고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과 동일하게 운행을 제한하면서, 친환경차 시장의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처음으로 추월하다

올해 들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이미 폭발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한 상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6년 1~2월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4만 1,498대로, 전년 동기(1만 5,625대) 대비 165.6% 급증했다.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 의무 강화…민간은 '자율' 시행(종합) | 연합뉴스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 의무 강화…민간은 ‘자율’ 시행 / 연합뉴스

특히 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3만 5,766대)가 하이브리드(2만 9,112대)를 추월하는 이례적인 역전극이 펼쳐졌다. 지난해까지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전기차의 2배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브랜드별 성장세도 가파르다. 테슬라는 2월 한 달간 7,869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54.1% 성장했고, 기아는 2월 전기차 판매량 1만 4,488대로 210.5% 급증하며 처음으로 월 1만 대 돌파에 성공했다. 현대차도 전년 대비 86.2% 증가한 9,956대를 기록했다. 수소차 넥쏘는 2월에만 467대가 팔리며 전월 대비 449.4%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가격 역전에 정책 호재까지 ‘이중 호황’

판매 급증의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 역전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한다. 정부·지자체 보조금에 제조사의 파격 할인이 더해지면서 전기차 실구매가가 하이브리드와 같거나 오히려 낮아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車 5부제 '전기차 빠지고 하이브리드 포함'…EV 판매 날개단다 - 뉴스1
車 5부제 ‘전기차 빠지고 하이브리드 포함’…EV 판매 날개단다 / 뉴스1

대표 사례가 기아 EV5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다. 두 모델의 실구매가가 3,000만 원 후반에서 4,000만 원 초반으로 비슷하게 형성되면서, 유지비가 현저히 저렴한 EV5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5부제 면제라는 정책적 인센티브까지 더해지며 전기차의 실질적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선행 반영되고 있다. 케이카(K-Car)에 따르면 중동 긴장 직후 2주간 전기차 중고차 판매량은 직전 대비 40.8% 증가해 전체 차량 평균 증가율(28.3%)을 크게 웃돌았다. 엔카닷컴 분석에서도 전기차 조회 비중이 2월 초 9.3%에서 3월 초 11.0%로 빠르게 상승했다.

하이브리드 ‘찬바람’…시장 구조 재편 가속

반면 하이브리드 진영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5부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세금 혜택은 없고 규제는 내연기관과 동일’한 애매한 포지션이 돼버렸다. 수년간 ‘현실적 친환경차’로 입지를 구축해온 하이브리드가 정책적으로 역풍을 맞은 셈이다.

렌터카·모빌리티 업계에도 구조적 변화가 예고된다. 공공부문에서는 단기적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카셰어링 수요 증가와 친환경차 전환 가속화라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민간 의무 적용으로 전환되는 원유 수급 ‘경계’ 단계가 발령될 경우, 소비자들의 전기차 전환 수요는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승용차 5부제는 단순한 에너지 절약 정책이 아니다. 하이브리드를 규제 대상으로 묶고 전기·수소차를 면제하는 명확한 정책 신호는, 이미 가격 역전 현상으로 무르익은 전기차 시장에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2026년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선택’이 아닌 ‘대세’로 자리 잡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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