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내 비료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비료의 핵심 원료인 중동산 요소 가격이 불과 한 달 만에 47% 넘게 치솟으며 농업 생산비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요소와 액화천연가스(LNG)가 동일한 공급망, 즉 호르무즈 해협에 함께 묶여 있다는 구조적 취약점이다. 단순한 가격 충격을 넘어 ‘이중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요소 톤당 715달러…2024년 평균의 두 배 넘어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중동산 요소 가격은 3월 15일 기준 톤(t)당 71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485달러에서 47.4% 급등한 수치이며, 2024년 연간 평균(342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요소는 질소 비료의 핵심 원료로, 벼·채소·과수 등 대부분의 농작물 재배에 쓰인다. 가격 변동이 곧바로 비료값과 농업 생산비로 연결되는 구조여서 가격 급등의 파장이 크다.
국내 농업용 요소의 약 38%, LNG의 약 3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요소의 약 50%, LNG의 약 20%가 페르시아만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영향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8월까지 재고 확보’…그러나 장기화 시 원가 부담 눈덩이
정부는 당장의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비료업체들은 5~6개월치 원료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국회에서 “비료 원료 재고는 8월까지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가 지난 20일 업계와 함께 진행한 점검회의에서도 상반기 영농철까지는 현장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동남아 등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는 한편, 재정당국과 비료 관련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더라도 환율 상승과 물류비 증가, 운임·보험료 할증 등이 겹치면서 원가 부담이 빠르게 누적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미 제기되고 있다.
비료값 오르면 채소·벼 가격도 연쇄 상승…소비자 물가까지 직격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비료 원자재 가격이 100% 상승할 경우 비료값이 25.75% 오르고, 농산물 가격도 화훼 7.5%, 벼 6.6%, 채소 6.21% 순으로 전반적인 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비료 가격 충격이 시차를 두고 식탁 물가까지 직접 연결되는 경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농가의 경영 여건은 이미 악화된 상태다. 농경원에 따르면 농업소득은 최근 5년간 감소한 반면 경영비는 15%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 이런 구조에서 비료·에너지 가격 상승이 겹칠 경우 채산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농업단체들은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유가 연동 보조금, 농사용 전기 바우처 등을 추경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료발 물가 압박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결국 중동 정세의 향방과 공급망 대응 속도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