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시장을 흔드는 가운데서도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자금이 반도체 두 종목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이 국내 전체 ETF 순자산의 13%를 차지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1075개 ETF의 보유 자산 중 평가금액 1위는 삼성전자로, 28조7835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도 20조4345억원으로 2위를 기록하며, 두 종목 합산 평가액이 전체 ETF 순자산총액(374조707억원)의 13%인 49조2180억원에 이른다.
AI 대장주 엔비디아(7조5396억원), 금 현물 1kg(6조8601억원), 애플(5조1762억원)이 뒤를 이었으며, 엔비디아와의 협력 기대감이 부각된 현대차도 3조1589억원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연초 이후 반도체 ETF에 5조원 ‘집결’
자금 유입 규모는 수치로 쏠림 현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올해 1월부터 3월 13일까지 반도체 ETF 23개 상품에 5조179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가운데 ‘TIGER 반도체TOP10’이 1조7537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고, ‘KODEX AI반도체'(9975억원), ‘KODEX 반도체'(8000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달 들어서만 개인 투자자들이 ‘TIGER 반도체TOP10’을 2897억원,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를 2129억원, ‘KODEX 반도체 레버리지’를 1166억원 순매수했다. 세 종목 모두 이달 개인 순매수 ETF 10위권 내에 진입한 상태다.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연초 이후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와 ‘KODEX 반도체레버리지’는 각각 109.49%, 108.8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수급 견인
시장에서는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이 이번 쏠림의 핵심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신한자산운용 김정현 ETF사업그룹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전례 없는 공급 제약 속에서도 단기간 내 설비 증설은 쉽지 않은 구조”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주가 상승 속도보다 실적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 현 밸류에이션의 매력도가 여전하다고 평가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코스피 상승의 주요 원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점을 인식하고 관련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수급 집중 현상을 설명했다.
신규 상품 출시·리스크 요인 공존
투자 수요에 맞춰 운용사들도 관련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1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비중을 65%까지 높인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를 신규 상장했다. 이 상품은 SK스퀘어(15%)를 포함해 SK하이닉스 관련 노출을 약 40%까지 확대한 구조로 설계됐다.
한편,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미국 세법(RIC) 규제상 한국 대표 ETF인 EWY는 특정 종목 비중을 25%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 삼성전자 비중 상승으로 최소 3.17%p 이상의 기계적 매도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외국인 수급 변동성 요인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