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의 균열인가”…트럼프의 호르무즈 파병 요청, 5개국 모두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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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일본·중국·프랑스·영국 5개국에 군함 파견을 촉구했지만, 지목된 국가 전부가 즉각적인 응답을 회피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그리고 이란의 중동 내 미군기지와 민간 시설 대응 공격이 보름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은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보이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트럼프의 요청, 공식 요구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4일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많은 나라들이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라며 5개국을 거론했다. 주목할 점은 그가 ‘희망하건대(Hopefully)’라는 전제를 달았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 공식적인 외교 채널을 통한 요청 단계가 아님을 의미한다.

트럼프, 호르무즈 봉쇄 풀 '다국적군' 구상…韓, 군함 보낼까 | 연합뉴스
트럼프, 호르무즈 봉쇄 풀 ‘다국적군’ 구상…韓, 군함 보낼까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그러나 이 발언은 단순한 희망 표명으로 보기 어렵다. 트럼프는 같은 게시물에서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지만 드론, 기뢰,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의 수위가 점차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개국의 계산된 침묵

일본 외무성은 NHK방송에 “자국의 대응을 스스로 결정하며 독자적인 판단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히며 즉각적인 함정 파견을 사실상 거부했다. 오는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전에 선박 호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나, 프랑스 외무부는 “함정들은 동부 지중해 일대에서 방어적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영국의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안보 장관은 “해협을 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분쟁을 끝내는 것”이라며 자율형 기뢰 탐지 장비 제공 등의 간접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韓등 5개국에 '호르무즈 군함 파견' SOS 보낸 트럼프…靑 "신중 검토"
韓등 5개국에 ‘호르무즈 군함 파견’ SOS 보낸 트럼프…靑 “신중 검토” / 뉴스1

중국은 주미 대사관 대변인을 통해 CNN에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으며 직접적 답변을 피했다. 한국은 청와대가 “한미 간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좁은 해협은 이란에 공격 기회 제공”…작전 리스크 엄중

영국 런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선임 연구원은 NBC에 “트럼프가 언급한 국가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는데 이는 꽤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프랑스가 가장 찬성에 가까운 나라라고 분석하면서도 마크롱조차 “순전히 방어적 차원의 조치”만을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안보 분석가 마이클 호로위츠는 작전 현실을 더 냉정하게 짚었다. 그는 “가장 좁은 지점이 약 39km에 불과한 해협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면 이란에 근거리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라며 “억제력을 갖추려면 공군력·해군력만으로는 부족하고 해안 주요 지역에 지상 병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경우 청해부대 구축함 1척과 병력 약 300여 명이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으로, 호르무즈 해협까지 3~4일이면 급파 가능한 거리다. 청해부대는 2020년 트럼프 1기 당시 미·이란 긴장 고조 때 한국 상선 호위를 위해 해협에 파견된 선례가 있다.

월간 약 3천 척의 선박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에너지 수급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5개국의 신중론이 동맹 내 균열을 드러내는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의 공식 요청을 기다리는 전략적 유보인지는 19일 미일 정상회담 이후 보다 선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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