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추정’으로만 떠돌던 이란 공군의 피해가 위성 사진으로 낱낱이 확인됐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반토르(Vantor)가 공개한 이미지에는 이스파한 북동부 하타미 공군기지 유도로에 F-14 톰캣을 포함한 이란 군용기 최소 12대가 잔해로 흩어진 모습이 선명하게 담겼다.
공습은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작전으로 개시됐다. 이스라엘군은 3월 6일부터 테헤란과 이스파한에 화력을 집중했고, 3월 8일에는 하타미 기지의 F-14 전투기와 탐지·방공시설을 직접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3월 11일, 위성 사진이 그 주장을 사실로 입증했다.
이번 공습 결과는 단순한 항공기 손실을 넘어 이란 공군력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파장이 크다.

벙커버스터가 뚫은 ‘난공불락’ 격납고
위성 사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항공기 피해만이 아니다. 하타미 기지에 설치된 강화 항공기 격납고(HAS·Hardened Aircraft Shelter) 1곳은 완전히 붕괴됐다. HAS는 미사일과 드론의 정밀 타격으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방호시설로, 일반 공습에는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란히 배치된 격납고 3곳의 지붕에는 벙커버스터 관통탄이 뚫고 지나간 듯한 구멍이 선명하게 확인됐다. 이는 이스라엘이 단순 폭격이 아닌 정밀 유도 관통탄을 운용해 이란의 방호 인프라를 계획적으로 무력화했음을 보여준다.
46년 된 F-14, 이란 공군의 자존심이자 아킬레스건
이번에 파괴된 F-14 톰캣은 이란이 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전투기다. 도입된 지 반세기에 가까운 이 기종은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부품 확보와 유지·보수가 극도로 어려운 상태에서도 이란 공군의 주력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이란은 드론과 탄도미사일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공군력만큼은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혁명 이후 서방 항공기 도입이 단절된 데다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제재로 군용기 현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습은 그 취약한 고리를 정확히 겨냥한 셈이다.
전쟁 장기화 속 확전 변수 ‘호르무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며 봉쇄 조치로 맞섰고, 이는 세계 석유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전례 없는 공격”을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명 피해 추산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주유엔 이란 대사는 민간인 1,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란 당국의 공식 집계는 3,117명, 외부의 일부 추산은 최대 3만 6,500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2026년 수정 예산안에 국방비 및 군사 목적 예비비 380억 셰켈(약 18조 원)을 추가 편성하며 장기전 태세를 굳히고 있다.
하타미 기지의 위성 사진은 이번 분쟁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정밀 타격으로 이란 공군의 상징을 지상에서 소각했고, 이란은 비대칭 해양 전략으로 응수하고 있다. 공중 우세권을 잃은 이란이 다음 국면에서 어떤 카드를 꺼낼지가 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