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전 선순위 보증금과 세금 체납 등 핵심 위험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다. 국토교통부·법무부·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합동 발표했다.
그간 사후 구제에 집중됐던 정책 방향을 ‘선제적 예방’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임차인과 임대인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전세 거래 환경 자체를 투명하게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다가구주택 정보 공백, 통합시스템으로 메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다가구주택의 계약 위험도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정보 시스템 구축이다.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 소유주가 1명이고 등기부등본도 건물 단위로만 존재해, 개별 세대의 선순위 권리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기존에는 예비 임차인이 확정일자·전입세대 확인서·임대인 세금 체납 정보 등을 얻으려면 임대인 동의를 받아 여러 관공서를 직접 방문해야 했다.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경우가 많아 사회 초년생 임차인이 위험도를 스스로 진단하기엔 한계가 컸다.
정부는 부처별로 흩어진 등기·확정일자·전입세대·세금 체납 정보를 연계해 위험도를 분석하고 예비 임차인에게 통합 제공하는 시스템을 오는 8월 완료를 목표로 구축한다. 관련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이달 중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입법도 추진한다.
입법 전까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하는 ‘안심전세 앱’을 고도화해 다가구주택을 서비스 대상에 추가하고, 임대인 동의가 필요한 정보는 동의 절차를 거쳐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어간다.
임대인 편법 대출 ‘시차 악용’ 차단
임대인이 임차인 대항력 발생 직전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편법도 막는다. 현행법상 근저당은 접수 즉시 효력이 발생하지만, 임차인의 대항력은 전입신고 접수 다음 날 0시에야 효력이 생긴다.
일부 임대인은 이 시차를 악용해 임차인 대항력 발생 직전 대출을 받았고,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면 해당 대출이 선순위채권이 돼 세입자 보증금은 후순위로 밀렸다. 정부는 임차인 대항력 발생 시점을 ‘전입신고 처리 시’로 앞당기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이달 중 국회를 통과하도록 총력 대응할 방침이다.
또한 은행이 임대인에게 대출하기 전 확정일자와 전입세대 정보를 실시간 확인해 중복 대출을 방지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 연계도 함께 추진한다.
공인중개사 책임도 강화…의무 위반 시 영업정지
전세 계약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와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선순위 관련 자료를 임대인 제출 자료에 의존해 설명하는 구조여서, 임대인이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도 이를 걸러낼 수단이 없었다.
정부는 통합정보 시스템 구축 후 공인중개사에게 열람 권한을 부여해 선순위 보증금 현황 등을 직접 확인한 뒤 임차인에게 반드시 설명하도록 의무를 강화할 계획이다. 의무 위반 시 과태료를 상향하고 영업정지 처분까지 내릴 수 있도록 처벌 규정도 손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제도적 실효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임차인이 확인해야 할 사항을 보다 면밀히 점검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재산과 희망을 한 순간에 앗아가는 중대한 범죄이며 사회적 재난”이라며 “정보 비대칭 등 전세 계약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