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 매출이 3배 넘게 뛰었다가 다시 곤두박질쳤다.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열풍을 타고 2025년 말 베이커리 업계가 경험한 극과 극의 드라마다. 하지만 축제는 단 두 달, 2026년 벽두부터 재고와 원가 부담이라는 숙취만 남았다.
9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2025년 4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베이커리·디저트 업종 평균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5%,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두쫀쿠를 판매한 사업장의 경영 지수는 2024년 1월(100 기준)에서 2025년 연말 약 350까지 치솟았다. 평소 일 매출 100만원이던 매장이 300만원을 찍은 셈이다.
하지만 유행의 반감기는 생각보다 짧았다. 두쫀쿠 판매 업장의 월평균 판매량은 2025년 연말 1천 건 이상에서 2026년 1월 약 800건으로 급감했다. 2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편의점까지 뛰어들면서 희소성이 사라진 탓이다.
17일 만에 식은 열풍… “이젠 2주 장사”
디저트 유행의 생애주기가 무섭게 짧아지고 있다. 2020년 크로플은 검색량 반감기가 163일이었지만, 2023년 탕후루는 54일, 2024년 두바이 초콜릿은 13일로 줄었다. 두쫀쿠 역시 17일에 불과했다. SNS 인증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맛’이 아닌 ‘새로움’과 ‘인증’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숏츠 등 SNS 콘텐츠를 생산·소비하는 습관이 이미 음식 소비 행위에 결합돼 있다”며 “한 번 경험하고 콘텐츠로 남긴 후 관심이 식어버리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쫀쿠 판매 매장의 79%가 카페와 베이커리였지만, 분식(9%), 한식(6%), 양식(3%) 업종까지 뛰어들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졌다.
문제는 대기업의 조기 진입이었다. 원작자가 소상공인을 위해 레시피까지 공개했지만, 편의점과 대형 프랜차이즈가 동시에 제품을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 한 베이커리 사업주는 “2월 둘째 주부터 매출이 전성기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피스타치오 14만원에 사들였는데… 재고 떠안은 소상공인
급등한 원재료 가격도 소상공인의 발목을 잡았다. 두쫀쿠의 핵심 재료인 피스타치오 가격은 1kg당 14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1만 원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유행이 식으면서 남은 재고를 처리하려는 할인 판매 글이 중고 거래 앱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KCD는 “두쫀쿠 유행이 식으면서 상품 및 원재료 재고 문제가 소상공인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5년 4분기 소상공인 평균 지출은 3천759만 원으로 9.44% 급증했지만, 평균 이익은 1천156만 원으로 2.82% 증가에 그쳤다. 이익률은 23.5%로 전 분기 대비 1.14%포인트 하락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디저트의 생애주기가 과거에 비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며 “탕후루에 이어 두바이 디저트처럼 한두 달 잠깐 돌풍을 일으키다 이내 사라지는 패턴이 고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폐업 사업장 14%가 대출 보유… “구조적 리스크 커져”
단기 유행에 의존하는 구조는 소상공인 시장 전체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2025년 4분기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729조2천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0.4% 증가했다. 연체금액은 13조 원으로 4.1% 감소했지만, 대출 보유 사업장(362만 개) 중 폐업 상태인 곳이 14%(50만7천 개)에 달했다. 폐업 사업장의 평균 대출 잔액은 6천257만 원, 평균 연체금액은 670만 원이었다.
강예원 KCD 데이터 총괄은 “연말 특수와 두쫀쿠 등 신규 소비 트렌드가 외식업 매출을 끌어올렸으나 매장 운영 비용도 급증해 이익률이 하락했다”며 “대출 보유 사업장의 14%에 달하는 폐업 사업장의 리스크 관리도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