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내 증시가 극명하게 갈렸다. 같은 운송주임에도 항공사는 7% 넘게 추락하고, 해운사는 14%나 치솟았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 수송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전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7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6.7% 상승했다. 장중에는 82.37달러까지 치솟으며 13% 급등세를 보였다. 2025년 1월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최고가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71.23달러(+6.3%)를 기록했고, 장중 75.33달러로 2025년 6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20%(해상수송량 기준 35% 이상)가 통과하는 ‘에너지 대동맥’이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물동량도 상당 부분 이 해협을 경유한다. 2일에는 중동 정유 설비에 대한 공격까지 발생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졌다.
유류비 부담에 항공주 직격탄
3일 오전 9시 53분 현재 대한항공은 전장보다 7.47% 떨어진 2만6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진에어(-2.83%)는 하락했으나, 제주항공(+4.60%)은 상승했다. 항공사 영업비용의 약 30%가 유류비인 만큼, 국제유가 급등은 곧바로 실적 악화 우려로 이어진다.
신한투자증권 최민기 선임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실제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겨 제트유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달러 강세도 비용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선임연구원은 “항공사 여객 사업에서 중동 노선의 비중은 낮은 한 자릿수 수준”이라며 “기존에 중동을 경유했던 유럽 노선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미 우회 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주는 ‘특수’ 기대감에 급등
반대로 해운주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팬오션은 9.09% 오른 5천760원, HMM은 14.05% 뛴 2만4천350원에 거래 중이다. 해상 항로가 막히면 운임이 상승하고, 특히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운임이 급등하고 있어 해운사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해상 항로 교란은 일반적으로 해상 운임의 상승 요인”이라며 “실제 VLCC 운임도 급등하고 있어 해운사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경우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화 여부가 관건… 냉정한 재평가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초기 반응 이후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 연구원은 “일차적인 해운주 상승과 항공주 하락 이후에는 투자의견 재점검이 필요하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국내 해운사들의 수혜는 제한적이고, 반대로 업황이 양호한 항공사는 유가 상승의 상당 부분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어 실제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 세계 원유의 35% 이상을 수송하고 LNG·LPG 점유율도 높아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봉쇄가 30일 이상 지속되면 유가가 배럴당 120~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 확률은 75% 이상”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원유 및 석유제품 208일분을 비축하고 있어 장기화에도 대비되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