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값이 2년여 만에 하락 전환하며 ‘강남 불패’ 신화에 균열이 생겼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절세 목적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주요 단지에서 최고가 대비 낮은 실거래가가 잇따르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의 2월 4주(2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6% 하락했다. 서초구는 0.02%, 송파구는 0.03%, 용산구는 0.01% 각각 떨어졌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2024년 3월 둘째주 이후 100주 만에, 송파구는 47주 만에, 용산구는 2024년 3월 첫째주 이후 101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단기간 7000만원 급락… 구체적 가격 조정 사례 속출
실제 거래에서도 가격 조정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3단지 전용 84㎡는 이달 9일 19억원에 거래된 이후 불과 11일 만인 20일 1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단기간 내 7000만원이 하락한 것이다.
서초구 양재동 양재우성 전용 73㎡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최고가 20억원 대비 1억500만원 낮은 가격에 22일 거래가 이뤄졌다. 직전 거래 대비 약 5% 수준의 가격 조정이 반영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하락 거래가 다주택자 매도 물량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5월 9일 전 팔아야”… 양도세 유예 종료에 다주택자 급매 행렬
가격 하락세가 나타난 주요 자치구의 공인중개사들은 다주택자 중심의 매도 문의가 확실히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의 매도 문의가 확실히 늘었고 직접 방문하는 사례도 많아졌다”며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급매물 거래에서 하락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5월 9일 종료할 예정이다. 5월 9일까지 계약을 체결할 경우 9월 9일까지 잔금 납부가 가능해 매도 물량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5월 9일 이전 주택 처분을 고려하는 매도자 물건에서 일부 하락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높은 가격 부담으로 거래가 활발한 분위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인근 지역까지 확산 가능성… 당분간 조정 국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대출 규제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각종 규제로 매물 적체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 조정이 가능한 급매물이 출회되면서 주요 상급지에서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 재개와 종합부동산세 부담 등이 서울 주요 지역의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지난해 상승폭이 컸던 상급지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가격 조정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남3구 등 상급지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해왔다”며 “매물 적체로 인한 가격 하락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인접 지역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상급지를 중심으로 규제가 집중된 만큼 인근 지역에서도 가격 둔화나 하락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풍선효과 가능성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