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173만 원으로 버틴다”… 귀농 만족도 1위 뒤에 숨겨진 ‘소득 절벽’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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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가구 10곳 중 7곳 만족
귀농귀촌인 정착 지원사업/출처-뉴스1

귀농·귀촌 가구 10곳 중 7곳이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실제 소득 지표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귀농 5년차 가구의 연평균 소득이 전년 대비 300만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높은 만족도 이면의 경제적 어려움이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5일 발표한 ‘2025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 5년차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3682만원에서 300만원 이상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귀촌 5년차 가구 소득은 4215만원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농업소득 자체는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이다. 귀농 5년차의 농업소득은 1539만원으로 평균 농가 958만원보다 60.6%나 높았다. 문제는 부업이나 임대료 등 농외소득이 200만원 이상 급감하면서 전체 소득을 끌어내렸다는 점이다.

청년 귀농의 이상과 현실

귀농·귀촌가구 10곳 중 7곳 만족
2025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출처-농림축산식품부, 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30대 이하 청년층이 ‘농업의 비전 및 발전 가능성’을 이유로 귀농을 선택한 비율이 27.3%로 7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업승계를 포함하면 농업의 미래를 보고 귀농하는 청년이 50~60%에 달한다.

하지만 중장년층의 귀농 동기는 청년과 확연히 다르다. 전체 귀농 이유를 보면 자연환경이 33.3%, 가업승계가 21.7%로 상위를 차지했다. 이는 청년층의 ‘농업 비전’ 중심 귀농과 중장년층의 ‘은퇴 후 정착’ 귀농이라는 세대별 양극화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귀농 초기 5년은 농외소득이 생활비를 보전하는 핵심 기간으로, 이 기간에 부업 기회가 줄면 정착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농촌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귀농·귀촌가구 연소득
2025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출처-농림축산식품부, 연합뉴스

소득 감소의 핵심은 농외소득 급감에 있다. 농촌 지역의 건설 경기 둔화,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 등으로 농업 외 추가 소득 기회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귀농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이전 239만원에서 173만원으로 25.1% 감소했는데, 이는 소득 감소에 따른 강제적 지출 축소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농지 가격 상승도 귀농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요즘은 귀농·귀촌을 하려고 해도 농지 가격이 비싸서 어렵다”며 “경자유전 원칙이 온갖 방식으로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해 43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부동산 투기 심리가 위축되면서 농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전환의 신호탄

귀농·귀촌가구 연소득
충주 중앙탑 귀농현장실습교육장/출처-충주시, 뉴스1

대통령의 농지 투기 문제 제기는 귀농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한다. 이 대통령은 투기용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와 강제매각명령 검토를 지시했다. 농지 가격 안정이 귀농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핵심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농외소득 창출 기회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농촌 지역의 관광산업, 체험농장, 온라인 직거래 등 다양한 소득원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3월 말부터 국가통계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감소하는 현실은, 귀농·귀촌 정책이 단순한 이주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생계 기반 마련으로 진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청년 귀농의 이상이 경제적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농외소득 창출과 농지 가격 안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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