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역사상 가장 큰 동맹”이라 불렸던 엔비디아와 오픈AI의 파트너십이 5개월 만에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당초 1000억 달러(약 144조원) 규모로 발표됐던 투자 계획이 결국 300억 달러(약 43조원)로 70% 축소되며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대한 300억 달러 규모의 단순 지분 투자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사는 지난해 9월 발표했던 장기 출자 계획을 폐기하고 투자 구조를 전면 재설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계획에서 엔비디아는 10회에 걸쳐 각 100억 달러씩 분할 투자하고, 오픈AI는 해당 자금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량 구매하는 구조였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투자금이 다시 엔비디아 칩 구매로 순환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두 회사의 동맹 소식에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5조 달러를 돌파했다.
의향서 단계서 멈춘 ‘꿈의 계약’
하지만 화려한 발표와 달리 실상은 달랐다. 양사의 합의는 의향서(LOI) 단계에 그쳤을 뿐 정식 계약으로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엔비디아는 공시에서 “오픈AI 투자가 최종 확정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명시했고, 12월에는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고 공식 확인했다.
올해 1월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해당 거래가 ‘보류’ 상태이며 양사가 불화를 겪고 있다고 보도하자, 시장에는 충격이 확산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즉각 “오픈AI에 엄청난 투자를 할 것”이라며 불화설을 부인했지만, 두 달 뒤 투자액이 대폭 축소된 형태로 결론난 것이다.
GPU 종속 끊는 오픈AI의 ‘독립 선언’
투자 규모 축소의 배면에는 오픈AI의 전략 변화가 자리한다. 오픈AI는 지난해 9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 발표 2주 후 AMD와 다년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당시 황 CEO는 “상상력이 돋보이고 독특하며 놀랍다”는 비꼬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오픈AI는 2024년부터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협업해 자체 칩 개발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픈AI가 엔비디아 추론용 GPU 성능에 불만을 제기하며, 향후 추론 수요의 약 10%를 다른 칩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추론(inference)은 실제 사용자가 ChatGPT를 이용할 때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이번 지분 투자 전환으로 오픈AI는 GPU 구매 의무에서 벗어나 칩 공급업체 선택권을 완전히 확보하게 됐다. 수직적 종속 관계에서 수평적 파트너십으로 관계가 재설정된 셈이다.
그래도 ‘역대급 투자’… 8300억弗 기업가치 도전
축소됐다고는 하나 300억 달러는 엔비디아가 집행한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발표한 칩 설계업체 그록(Grok) 기술 라이선스 계약(200억 달러)이나 오픈AI 경쟁사 앤트로픽 투자(100억 달러)를 크게 웃돈다. 다만 2020년 규제 당국 반대로 무산된 암(Arm) 인수 시도(400억 달러)에는 못 미친다.
오픈AI는 현재 엔비디아 외에 아마존, 소프트뱅크, UAE 국영펀드 MGX,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총 10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해 기업 가치 8300억 달러 평가를 노리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 아마존, MS 등의 연산 자원에 총 6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투자 규모는 줄었지만 오픈AI 지분 확보로 AI 생태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고, 오픈AI는 칩 구매 자율성을 확보한 윈-윈”이라며 “다만 초기 발표 대비 기대치가 크게 낮아진 만큼 시장 신뢰도 회복이 과제”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