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시장의 구조적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스를 들었다. 2026년산 벼 재배면적을 전년 대비 3만 8000헥타르(ha) 줄인 64만ha로 확정하며, 선제적 수급 조절에 나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2026년 양곡수급계획’을 발표하고, 쌀 수급 균형을 위한 대대적인 재배면적 조정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전략작물직불제와 시장격리 등 향후 모든 쌀 수급 관리 정책의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10일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2026년산 쌀의 적정 재배면적을 지난해보다 약 3만 8000ha 줄인 64만ha 내외로 설정했다. 이는 쌀 소비 감소 추세와 재고 누적 문제를 감안한 조치다.
전략작물 9만ha로 대폭 확대… 식량자급률 제고 ‘두 마리 토끼’
쌀 재배면적 감축의 핵심은 전략작물 재배 확대다. 정부는 쌀 대신 논에 재배할 전략작물 면적을 지난해 6만 1000ha에서 약 9만ha로 2만 9000ha 늘렸다. 이는 쌀 수급 조절과 식량자급률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전략이다.
품목별로는 두류 3만 2000ha, 하계조사료 1만 9000ha, 수급조절용 벼 2만 1000ha, 가루쌀 8000ha, 깨 4000ha, 옥수수 3000ha, 율무·수수·알팔파 등 3000ha로 배분됐다. 특히 수급조절용 벼의 경우 ha당 500만 원의 직불금이 지급되며, 총 2~3만ha 규모의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농가에 재정 지원을 통해 쌀에서 콩, 조사료 등으로 작물 전환을 유도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정부는 쌀 생산량을 자연스럽게 감축하면서도 국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효과를 노린다.
콩 과잉생산 ‘비상등’… 백태·콩나물콩 직불금 제한
하지만 전략작물 확대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은 콩 수급 상황에 대해 과잉생산 우려를 표명했다. 쌀에서 콩으로 대거 전환하면서 콩 시장에 공급 과잉 신호가 켜진 것이다.
이에 정부는 ‘백태(메주콩)’와 ‘콩나물콩’에 대해서는 2026년 전략작물직불금 지급 대상을 대폭 제한하기로 했다. 전년도 백태, 콩나물콩 직불 이행 농업인(법인)이 전년도 이행 면적 내에서 신청할 경우로만 한정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기존 참여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신규 진입을 차단해 콩 시장의 적정 생산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년도 백태, 콩나물콩 직불 이행 농가가 벼로 회귀할 경우 공공비축미 우선 배정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관 협치’ 수급정책 전환… 쌀 자조금으로 소비 촉진
이번 양곡수급안정위원회에서는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의 4대 분야 13개 정책과제를 포함한 ‘식량산업 혁신전략’도 논의됐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민관 협치를 통한 양곡 수급정책으로 전환하고, 소비자 선호에 기반한 효율적 생산·수급관리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산지 유통업체 중심의 쌀 임의자조금을 조성해 대규모 소비 촉진 사업을 추진한다. 자조금은 정책 조사·연구, 적정생산·친환경·고품질 쌀 등의 현안 홍보 등 산업 역량 제고 사업에도 쓰일 예정이다.
박정훈 식량정책실장은 “올해부터 민·관이 함께 논의하여 수급계획을 수립하는 체계적 수급정책을 추진한다”며 “과잉생산이 우려되는 콩 역시 기존 참여 농가의 피해 없이 적정 생산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참석자들은 쌀 자조금이 향후 국민 의식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한 공급 감축을 넘어 소비 촉진 및 고품질 쌀 마케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25/26년 쌀 단경기 가격이 생산량 감소로 평년 이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선제적 면적 조정이 중장기 가격 안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