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의 62만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예상치 못한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거래소 측이 직접 손실을 10억원 안팎으로 발표했지만, 시세 급락 과정에서 코인 담보 대출 서비스 이용자들이 강제청산을 당한 사례가 64건 확인되면서 실제 피해 규모는 수십억원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2026년 2월 10일 금융당국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단순 매도 손실을 넘어 파생상품 영역까지 확대됐다. 사고 당일 오후 7시 37분, 직원의 단순 입력 착오로 약 60조원 상당의 비트코인 62만개가 249명에게 잘못 지급됐고, 이 중 1,788개가 즉시 시장에 매물로 쏟아졌다.
시세 급락이 촉발한 ‘도미노 청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급격한 가격 변동이었다.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9,500만원대에서 8,111만원까지 14.6% 급락했다. 불과 5분여 만에 정상화됐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렌딩 서비스 이용자 64명은 담보로 맡긴 비트코인의 평가액이 급락하며 유지 증거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시스템은 자동으로 강제청산을 실행했고, 피해 규모는 최소 수억원대로 추산된다.
빗썸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경과보고서에는 “일부 이용자의 비트코인 매도로 인해 발생한 강제청산은 현황 파악 후 전액 보상할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빗썸이 강제청산 이전 수준으로 잔고를 복원시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보상 범위 논란, ‘원물 반환’ 쟁점 부상
빗썸은 오지급된 62만개 중 99.7%인 61만8,212개는 회수 완료했다고 밝혔다. 매도된 1,788개에 대해서는 93%를 원화로, 7%는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으로 회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원물 반환 원칙’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 거래소 관행상 원물 반환이 원칙이지만, 대형 사고를 낸 빗썸이 회원들에게 거액의 차액을 부담해 현물로 반환하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고 당시 8,111만원에 매도한 비트코인을 현재 시세(9,500만원대)로 되돌려주려면 1개당 약 1,4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장부 거래 구조, 근본적 재검토 필요성 대두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장부 거래 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빗썸의 실제 비트코인 법인 보유량은 단 175개에 불과했지만, 장부상으로는 62만개를 생성해 지급할 수 있었다. 이는 법인 보유량의 3,500배가 넘는 규모다.
빗썸은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업비트 등 중앙화 거래소는 모두 장부 거래를 사용한다”며 “온체인 방식은 네트워크 혼잡 시 수 시간 소요, 높은 이체 비용, 해킹 위험 증가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이를 “단순 전산 장애를 넘어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의 부실”로 판단하고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산 보유 증명(PoR) 의무화와 실시간 검증 시스템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