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떨어지는 이유가 이거였어?”…시장 공포 질리게 만든 ‘기술’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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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클로드 코워크' 출시 여파
컴퓨터 코딩/출처-연합뉴스

단 하나의 AI 도구가 미국 증시에서 1조 달러(약 1461조원)를 날려버렸다. 지난 2월 3~4일 미국 S&P500 소프트웨어·서비스 지수는 이틀 연속 폭락했고, AMD는 하루 만에 17.31% 급락했다. 국내 증시도 5일 코스피가 3.86% 추락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6만 전자’, ’90만 닉스’ 선을 내줬다.

시장 혼란의 중심에는 AI 개발사 앤트로픽이 지난 1월 12일 출시한 ‘클로드 코워크’가 있다. 코딩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AI와 대화만으로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이 도구는 1월 30일 법률, 데이터 분석 등 11개 분야로 기능을 확장하면서 “AI가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를 집어삼킬 것”이라는 공포를 현실화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순자산 감소폭이 가장 컸던 미국 억만장자 10인 중 8인이 소프트웨어 기업가였다. 특히 모바일 광고 플랫폼 앱러빈의 아담 포루기 CEO는 순자산의 31.1%(78억 달러)가 사라졌고,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도 399억 달러가 증발하며 세계 최고 부호 6위로 밀려났다.

AI가 AI를 가르치는 시대, 70~90% 코드 자동 생성

앤트로픽 '클로드 코워크' 출시 여파
클로드 코워크 로고/출처-연합뉴스

클로드 코워크의 파괴력은 ‘AI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에서 나온다. 한 AI가 다른 AI의 결과를 평가하고, 평가받은 AI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스스로 학습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이 피드백을 맡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앤트로픽은 이 과정을 완전히 자동화했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자사 코드의 70~90%를 AI로 자동 생성하고 있다.

여기에 앤트로픽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기술은 클로드 코워크가 만든 앱을 업무용 메신저 슬랙 등 기존 시스템과 손쉽게 연결할 수 있게 했다. 지난 수십 년간 소프트웨어 산업은 다양한 기능을 개별 프로그램으로 세분화해 판매하거나 구독 형태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제 단일 AI 모델이 설계부터 개발, 시스템 통합,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면서 기존 산업 구조를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6~12개월 내로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대부분 혹은 전 과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률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법률 플러그인 공개 후 주가가 급락했고, 세일즈포스와 인튜이트 같은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이번 주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비논리적 매도” vs “산업 대체는 과장”… 엇갈린 전망

앤트로픽 '클로드 코워크' 출시 여파ㅁ
AI/출처-연합뉴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현재의 소프트웨어 주가 매도를 “세상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일”이라고 일축하며 “시간이 지나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AI 반도체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간접적 신호다.

AI 연구자들은 보다 신중한 입장이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AI가 특정 산업 전체를 대체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래는 AI를 얼마나 응용할 수 있느냐는 ‘정도’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클로드 코워크의 법률 플러그인이 법률 업계 주니어급의 리서치·요약 정리 업무는 대체할 수 있지만 법률 시장 전체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산업별 업무 특성에 따라 응용 작업을 추가해나가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앤트로픽이 사용하는 MCP, 플러그인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경우 파괴력이 더 센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사모펀드 CEO들도 2월 5~6일 “소프트웨어 산업 파괴 우려는 과장”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동시에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장기적 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도구’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확실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한 소프트웨어 지수가 단순한 ‘과잉 반응’이 아닌, AI 시대 산업 재편에 대한 시장의 진지한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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