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1조 2,500억 달러 규모의 스페이스X와 xAI 합병을 발표하며 제시한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이 기술적 현실성 논란에 휩싸였다. 머스크는 100만 기의 위성군을 궤도에 배치해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계와 금융권은 기술적 난제와 천문학적 비용을 근거로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일 스페이스X 웹사이트를 통해 “AI를 위한 전 세계 전기 수요는 단기적으로 지상 솔루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우주 기반 AI는 규모 확대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월 10억 달러를 소진 중인 xAI의 자금 부담이 이번 합병을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제시한 비전이 공학적으로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현재 약 1만 기 규모인 스타링크를 100배 확대한다는 계획 자체가 기존 우주 기술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평가다.
“보온병 속 끓는 물”… 열 방출이 최대 난제
노스이스턴대의 조지프 조닛 컴퓨터·전기공학 교수는 “우주에서 냉각되지 않은 컴퓨터 칩은 지구상의 칩보다 훨씬 빠르게 과열돼 녹아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공 상태인 우주는 보온병이 내부 온도를 유지하듯 열을 가둬버리기 때문이다.
조닛 교수는 적외선 라디에이터 패널로 열을 우주로 방출하는 방법을 제시했지만,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 같은 소규모 시설에만 적용돼 왔다. 머스크의 구상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건설된 적 없는 거대하고 취약한 구조물들”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주 잔해물 충돌 위험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버팔로대의 존 크라시디스 교수(NASA 엔지니어 출신)는 “위성들이 시속 2만 8,164km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100만 기 규모의 위성군은 충돌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7년 운영 중 저속 파편 사고가 1건만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1만 기와 100만 기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연간 7,330조원 투입… “비현실적 비용”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선슨은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연간 비용을 5조 달러(약 7,330조원)로 추정했다. 위성 100만 기의 제작비, 수천 회의 로켓 발사 비용, AI 칩 구매비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한국 정부 1년 예산의 약 12배에 달하는 규모다.
도이체방크 분석팀은 우주 방사선으로 인한 칩 성능 저하와 유지·보수 불가능성을 지적하며 “비현실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주 태양에너지 기업 에테르플럭스의 바이주 바트 CEO는 “지구에서는 사람을 보내 수리하면 되지만, 우주 궤도에는 수리팀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고장 발생 시 대응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고에너지 입자 손상을 보호하기 위해 여분의 GPU 칩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이 역시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는 평가다.
“혁신의 의도와 현실 사이 깊은 골”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지구상에서 가장 야심 찬 수직 통합”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술 구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통신 위성, 스타실드 군용 위성과 xAI의 그록 AI 모델을 통합해 구글, OpenAI가 진입할 수 없는 영역을 선점하려 한다.
하지만 학계와 금융권 전문가들은 혁신의 의도와 현실적 구현 능력 사이에 깊은 괴리가 있다고 분석한다. 한 우주공학 분야 관계자는 “머스크의 과거 성과를 고려하면 섣불리 단정할 수 없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물리 법칙 자체와 싸워야 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xAI의 급격한 자금 소진(월 10억 달러)이 이번 합병의 실질적 동기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이 장기 비전이라기보다 단기 자금 압박에 대한 돌파구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