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싸게 산 거라고요?”… 시세보다 ‘5억’이나 비싸도 ‘우르르’ 몰려드는 이유

“시세보다 싸게 집 살 수 있다고?”
요즘 경매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시세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 / 출처 : 연합뉴스

“감정가보다 5억 원이나 비싸게 샀다면서 어떻게 싸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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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지금 서울 경매시장에선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집값이 오르자 일반 매매는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집을 찾기 위해 경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경매는 일반 거래보다 싸게 집을 살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숨은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돼도 ‘좋은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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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 /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역 근처 주상복합 아파트(전용 167㎡)가 경매로 30억 1000만 원에 낙찰됐다. 처음 책정된 감정가는 24억 9000만 원이었지만 입찰자가 7명이나 몰리면서 가격이 껑충 뛰었다.

겉으로 보면 ‘감정가보다 5억 원이나 더 냈다’고 놀랄 일이지만, 실제 시세인 31억 원보다 1억 원 정도 저렴했기 때문에 낙찰자는 오히려 이득을 본 셈이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전체 분위기도 비슷하다. 지난달 서울에서 경매로 나온 아파트 252건 중 114건이 낙찰됐고, 낙찰가율은 평균 97.7%로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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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된 가격 비율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감정가보다 싸게 낙찰되지만, 요즘처럼 수요가 많으면 반대로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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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 / 출처 : 연합뉴스

강남 3구처럼 거래가 까다로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경매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일반 매매는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경매로 사면 이런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감정가 72억 원보다 20억 원이나 비싼 93억 7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런 사례는 강남뿐 아니라 마포, 동대문 등 규제 대상이 아닌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지옥션 측은 “서울 아파트 매물 자체가 부족하고,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싸다고 덥석 사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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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 / 출처 : 뉴스1

하지만 경매는 무조건 싸고 좋은 거래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긴 해도, 국세나 지방세가 밀려 있거나 관리비가 체납된 집일 경우 낙찰자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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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등본, 채권채무 내역, 입주자 상태 등을 미리 꼼꼼히 따져보는 ‘권리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경매 시장은 실수요자들에게 드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흐름만 보고 무작정 뛰어들기보단, 꼼꼼한 준비와 계산이 우선이다.

싸게 샀다 생각했다가 예상치 못한 비용을 떠안지 않으려면, ‘정보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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