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으로 수도권 빌라 ‘갭 투기’ 일당 적발
30대 총책 구속, 공인중개사 등 42명 불구속 입건
피해자들 “전세 만기됐는데 보증금 못 받아” 신고

“돈 한 푼 없이 빌라 50여 채를 사들였다고요?” 수도권 전세난이 극심했던 시기, 한 부동산 컨설팅업체가 펼친 대규모 사기 행각이 밝혀졌다.
울산경찰청은 10일 ‘무자본 갭 투기’ 방식으로 수도권 일대 빌라를 사들인 뒤 세입자들로부터 115억원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깡통주택’ 만들어 보증금 가로채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부동산컨설팅업체 대표이자 이번 사건의 총책인 30대 A씨를 구속했다. 또한 A씨와 함께 범행을 도운 공인중개사 1명, 명의대여자 모집책, 그리고 ‘바지 명의자’로 불리는 명의대여자 등 총 4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전세난이 심각했던 2021년 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서울과 인천, 경기도 광주시, 하남시 등 수도권 전역에서 빌라 53채를 매입했다. 그런 다음 이 물건들을 전세로 내놓아 세입자 53명으로부터 총 115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챙겼다.
속임수로 얽힌 부동산 사기극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역할을 철저히 분담했다. A씨는 총책으로서 전체 범행을 지휘했고, 공인중개사는 전세 사기임을 알면서도 정상적인 매매인 것처럼 위장했다. 또한 명의대여자 모집책은 신용불량자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바지 명의자’로 활용했다.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소위 ‘무자본 갭 투기’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실제 가치가 2억5천만원인 빌라를 매수할 때, 원래 집주인과 짜고 매매가격을 3억원으로 부풀린 후 바지 명의자 명의로 계약했다. 그런 다음 즉시 같은 가격인 3억원에 전세로 내놓았다.
이렇게 하면 A씨 일당은 전세 보증금 3억원을 받게 되는데, 이 중 실제 빌라 가격인 2억5천만원은 원래 집주인에게 지불하고, 나머지 5천만원은 일당이 나눠 가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공인중개사는 매달 100만원 정도를 받고 이러한 불법 거래에 협조했다.
명의를 빌려준 바지 명의자들은 대부분 신용불량자나 급전이 필요했던 사람들로,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100만~200만원 정도를 받았다. 이들은 서류상으로만 주택 소유자가 되어 법적 책임을 떠안았다.

이들의 범행이 드러난 계기는 전세 만기가 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의 고소였다. 대부분 사회초년생이나 30대인 피해자들은 2억~3억원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일당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심사의 허점을 노렸다”며 “브로커를 통해 감정평가액을 부풀리는 ‘업 감정’ 수법도 사용한 정황이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세입자들이 안심하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안내했는데, 이는 자신들의 사기 행각을 더욱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한 술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판사.변호사 사기꾼. 공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