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료 위탁을 내세우더니 250만원을 요구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업체가 118마리를 암매장한 곳이었습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5년 전 구조한 유기견을 맡겼던 이다영 씨(가명)의 증언은 신종 펫샵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동물자유연대와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피해 사례는 충격적이다. 보호소를 사칭한 업체들이 시민의 선의를 악용해 입양·위탁 과정에서 거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법적 장치는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동물복지와 소비자 보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제도의 사각지대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자유연대가 접수한 제보 37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1명당 평균 225만원의 금전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전국 만 19~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1.6%가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지만, 정작 제도는 뒷걸음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건강검진·치료비·멤버십…명목만 달라진 비용 청구
신종 펫샵의 수법은 교묘하다. 우선 ‘보호소’ ‘무료 위탁’ ‘책임 입양’ 같은 용어로 신뢰를 형성한다. 그러나 막상 상담에 들어가면 건강검진비, 치료비, 입양 지원비, 심지어 멤버십 가입비까지 각종 명목의 비용을 요구한다. 지난 1월 고양이를 입양한 김경희 씨(가명)는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동물을 받아 이후 치료비로만 400만원을 지출해야 했다.
최관우 씨(가명)의 사례는 더욱 기막히다. 유기견 입양을 위해 방문한 업체에서 ‘멤버십 서비스 가입’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상담 과정에서 함께 있던 개를 두고 돌아설 수 없어 결국 105만원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동물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역이용한 전형적인 사례다.
사단법인·민간시설 신고로 ‘합법’ 위장
이들 업체가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이유는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신종 펫샵들은 사단법인을 설립하거나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해 보호소처럼 보이도록 운영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민간시설’과 ‘영리 업체’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법의 공백을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영리 법인 형태를 갖추면 세제 혜택까지 받으면서 실제로는 영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영리 목적을 은폐하기에 최적화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으로는 보호소 명칭 사용 자체를 금지할 근거가 약하고 입양 비용의 적정성을 판단할 기준도 없어 단속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조속한 법 개정 필요”…제도 개선 목소리 커져
임호선 의원은 이날 “보호시설로 오인될 수 있는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유기동물이나 파양동물을 인수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명칭 사용 금지와 영리 목적 동물 수취 제한이라는 두 가지 축을 세우겠다는 의지다.
이누리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단순히 명칭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보호소 오인 명칭 사용 금지는 환영하지만, 신종 펫샵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종합적인 규제책이 필요하다”며 “동물 학대뿐 아니라 선량한 시민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