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전세 시장의 공급 절벽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 진입이 막힌 임차 수요가 경기·인천에 눌러앉으면서 이들 지역의 계약 갱신율이 일제히 치솟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월(29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전월세 갱신 비율은 38.71%로 전년 동기(36.62%) 대비 약 2%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천도 34.33%에서 38.86%로 4.53%p 올랐다. 서울의 갱신율은 35.55%에서 46.87%로 무려 11%p 이상 뛰었다.
강남 접근 경기권, 갱신율 50% 돌파
강남 접근성이 높은 경기 지역의 갱신율 상승은 특히 두드러졌다. 과천은 같은 기간 43.2%에서 51.8%로, 하남은 54.6%에서 58.2%로 각각 올랐다.
두 지역은 서울 진입을 시도하던 수요가 머무르는 대표적 대체지다. 미사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교육 문제로 서울 이동을 고민하던 세입자들이 갱신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서울 전세 이동이 막히면서 하남 일대 매물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매물 41% 증발…수도권도 절반 사라져
서울 전세 매물 감소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3월 29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1만 6,551개로 전년 동기(2만 8,274개) 대비 41.4% 줄었다.
수도권 상황도 다르지 않다. 경기도와 인천의 전세 매물은 같은 기간 각각 49.8%, 52.4% 감소했다. 서울의 공급 절벽이 수도권 전역의 매물 잠김으로 번진 양상이다.
매물 급감의 배경에는 복합 요인이 작용한다. 대출 규제 강화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적극 활용하면서 기존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1만 6,412가구로 2025년(3만 1,856가구) 대비 48% 급감하며 신규 공급도 막혔다.
“경기 인접 지역 매매 수요 자극 가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임차 수요 이동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6년 서울 전세가 상승률을 4.7%로 전망하며, 이는 매매가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KB부동산 전세수급지수도 157.7을 기록해 2021년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46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연쇄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서울 임대차 수요가 경기 인접 지역의 매매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난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 전반의 구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