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올해 하반기부터 공군에 인도되지만, 정작 핵심 무장인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여전히 외국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4.5세대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전투기의 ‘발톱’에 해당하는 무장 국산화가 지연되면서 수출 경쟁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연동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7년 4월까지 KF-21 기체와 미사일을 연결하는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공군은 올해 하반기 20기를 시작으로 2032년까지 총 120대의 KF-21을 배치할 계획이지만, 양산 초기에는 유럽 MBDA의 미티어급 미사일 등 외국산 무기에 의존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전투기를 개발하는데 왜 공대공 미사일은 개발하지 않았느냐”고 직접 질타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K9 자주포가 독일 MTU 엔진 장착 시절 수출에 독일 정부 허가를 받아야 했던 사례처럼,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은 수출 다변화의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 난도 기술, 직접 시험용 미사일까지 제작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은 미사일 기술 중 최고 수준의 난도를 요구한다. 회피 기동과 전자전을 수행하는 고속 표적을 타격해야 하는 만큼, 극한의 비행환경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간섭(EMI) 대비부터 소형·경량화 설계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해야 한다.
한화에어로는 이번 연구개발 과정에서 최신 기술이 적용된 시험용 미사일을 직접 제작할 계획이다. KF-21에 탑재된 AESA 레이더와 미사일 간 인터페이스가 실전 환경에서 문제없이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다. AESA 레이더 기반의 중간유도, 데이터링크, 다중표적 동시 교전 능력까지 통합 설계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한화에어로는 2020년부터 ADD와 덕티드 램제트 추진 기술을 공동 연구 중이다. 대기 중 공기를 흡입해 연소시키는 이 방식은 경량화와 사거리 연장에 유리해 장거리 미사일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는다. 연동기술 확보와 추진체계 개발이 결합되면, 국산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7535억 체계개발 사업 수주전 본격화
방위사업청은 올해 하반기 7535억 원 규모의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와 LIG넥스원은 최근 KF-21 개발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각각 항공무장 국산화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사업권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ADD 관계자는 “AESA 레이더의 전반적 운용능력 확보로 KF-21의 작전 수행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계획”이라며 “독자적 성능개량 및 자체 무장장착 능력 확보가 방산 수출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1월 공군은 42개월간 약 1600회 무사고 비행으로 KF-21 비행시험을 완료했으며, 공대지 능력도 당초 계획보다 18개월 앞당긴 2027년 초 확보할 예정이다.
독자 개발 전투기에 국산 미사일이 결합되면 수출 협상에서 상대국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기술 이전이나 공동생산 등 다양한 옵션 제시도 가능해진다. 한화에어로가 내년 4월까지 연동기술을 성공적으로 확보한다면, KF-21은 명실상부한 ‘완전 국산 전투기’로 거듭나며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