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1주 샀는데, 10주 된다?… 고려아연, ‘파격 제안’에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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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액면가 분할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출처-고려아연, 뉴스1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가 주식 액면가를 10분의 1로 쪼개고, 3,924억 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배당 가능한 재원으로 전환하자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2026년 2월 12일 공개된 제안서는 단순 경영권 분쟁이 아닌 ‘구조적 거버넌스 개혁’을 표방하며, 상법 개정 이후 대주주가 최초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정관에 명문화하는 안건을 담았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2025년 약속한 분기배당을 이행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선언이 아닌 제도적 장치로 주주환원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년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제출된 이번 제안은 개인투자자 접근성 제고부터 신주발행 차단까지 총 10여 개 안건을 포함한다.

주식 10분할·배당재원 확보로 주주가치 복원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출처-뉴스1

영풍·MBK는 고려아연 주식 액면가를 현행 5,000원에서 500원으로 인하하는 10분의 1 액면분할을 제안했다. 이는 1주당 가격을 낮춰 개인투자자의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주식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고려아연 주가는 최근 6개월 신저점 대비 2배 이상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컸으며, 소액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동시에 3,924억 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배당 가능한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도 포함됐다. 이는 현 경영진이 2024년 자기주식 공개매수 물량을 소각하면서 2025년 중간배당을 실행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다. 영풍·MBK 측은 “자기주식 전량 소각 후에도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실질적 뒷받침을 제공한다”며 제도적 강제성을 강조했다.

정관 변경으로 ‘위법 신주발행’ 재발 방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출처-고려아연, 연합뉴스

가장 주목받는 안건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정관에 명문화하는 조항이다. 이는 2025년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개념으로,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위해서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대주주가 이를 정기주총 안건으로 공식 제안한 것은 국내 최초 사례로, 자본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제안 배경에는 2025년 발생한 신주발행 분쟁이 자리한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미국 정부 합작사 대상으로 약 10% 규모의 신주를 발행했으며, 영풍·MBK는 이를 “현 경영진 주도의 위법한 신주발행”으로 규정했다. 결과적으로 최대주주의 지분 가치가 크게 희석됐다는 게 영풍·MBK의 주장이다. 정관 변경을 통해 향후 추가 신주 발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신주발행 시 이사회가 ‘총주주의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 공평 대우’ 원칙을 준수하도록 정관에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영풍·MBK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핵심 장치”라고 설명했다.

집행임원제·이사회 개편으로 거버넌스 선진화

고려아연 CI/출처-고려아연, 연합뉴스

영풍·MBK는 상법상 집행임원제를 전면 도입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감독 기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고려아연은 대표이사가 주주총회 의장을 겸임하는 구조인데, 이를 이사회 의장이 맡도록 정관을 변경해 주총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사회 소집 통지 기간도 현행 회일 1일 전에서 3일 전으로 연장해 이사들의 안건 검토 시간을 보장한다.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임기 만료되는 6인의 이사만 선임하되, 집중투표제를 통해 다양한 주주 그룹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영풍·MBK는 비상무이사로 박병욱, 최연석(MBK 파트너)을, 사외이사로 오영, 최병일, 이선숙 후보를 추천했다. 추가로 명예회장에게 현직 회장과 동일한 최고 지급률을 적용하는 퇴직금 규정을 합리화해, 최윤범 회장 일가로의 자산 유출을 방지하자는 안건도 담겼다.

영풍·MBK는 “이번 제안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상장회사의 기본 질서와 원칙을 회복하자는 요구”라며 “고려아연이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자본시장 신뢰 회복의 모범 사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에는 2월 20일까지 안건별 수용 여부를 회신하도록 요청했으며, 주총 소집공고와 공시에 제안 내용을 충실히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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