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가 갑자기 2배로
“트럼프 부메랑” 국내 철강업계 직격
수출 비중 13%…한국도 예외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철강 관세를 두 배로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다시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수출 비중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사실상 ‘트럼프 리스크’의 재현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블록버스터 협약’ 뒤에 숨은 칼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의 US스틸 공장에서 열린 유세 연설 중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불과 2년 전 그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설정한 25% 관세를 직접 두 배로 끌어올리는 것이어서 충격을 안겼다.

트럼프는 이 같은 조치가 “미국 철강 산업을 단단히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이 조치를 피해갈 구멍이 없다”며, 50% 관세가 실질적인 보호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이 발표를 한 장소와 시점이 절묘하게 겹친다. 바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을 둘러싼 정치적 흐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기업 US스틸에 약 140억 달러(약 19조4천억원)를 투자하면서, 트럼프는 이를 ‘계획된 협력관계’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양측 모두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피츠버그가 다시 ‘철강 도시’로 부활할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수출길 더 좁아졌다”…한국 철강 업계 초비상
이번 관세 인상 조치로 가장 타격을 받을 국가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약 13%에 달한다. 이미 25% 관세로도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었던 상황에서 50%는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미국 철강 수입국 순위에서 한국은 캐나다(23%), 멕시코(11%), 브라질(9%)에 이어 네 번째인 9%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 수치는 한국 철강업계에게 미국 시장이 단순히 ‘한 축’이 아닌, 전체 수출의 핵심 동력임을 뜻한다.
국내 철강 관계자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다”며 “대체 시장 확보와 함께 내부 생산 전략의 대대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철강, 정치의 무기로…변수는 트럼프의 귀환
이번 발표는 단순한 경제정책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자신이 중시하는 ‘미국 제조업 우선주의’를 다시금 부각시키며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시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관세 인상은 그들의 요청이었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일본제철과의 협약을 미국 내 산업 보호로 연결시키려는 명분 쌓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정책 변화는 미국 내 철강산업 보호를 넘어서 글로벌 무역에 또 다른 균열을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여파는 한국 철강업계를 포함한 동맹국들에게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번 관세 인상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다.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다. 그리고 이 부메랑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우리 산업의 부담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