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LNG 수입, 협상카드 되나
트럼프 관세 압박에 대응 모색
가격·사업성에 기업들 신중 태도

“트럼프가 압박하자 결국 미국산 에너지까지 끌어안네.”
미국의 관세 공세에 맞선 한국 정부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조치는 단순한 에너지 수급의 문제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는 협상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일(현지시간)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방문 직후 “알래스카 LNG 개발과 조선 협력 등은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총 4633만 톤의 LNG를 수입했지만, 이 중 미국산은 564만 톤으로 12%에 불과하다. 미국이 세계 최대 LNG 수출국임을 고려하면, 비중 확대 여지는 충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무역적자 해소 수단으로 미국산 에너지 확대를 주문해 왔다.
에너지 수입 비중을 높이는 것은 미국이 원하는 ‘수입 확대’라는 성의를 보이면서도, 관세 철폐나 완화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지점이다.
핵심은 ‘가격’과 ‘알래스카’

문제는 경제성이다. 관련 업계는 미국산 LNG의 수입 자체에 부정적이지 않지만, 가격과 사업 리스크는 고민거리다.
특히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총 65조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과거 셰일가스 가격 폭락과 투자 부담 탓에 엑손모빌 등 메이저 기업들도 중도에 철수한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래스카산 LNG는 수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중동산은 한국까지 운송에 34일, 멕시코만산은 20일이 걸리지만, 알래스카산은 7일 이내로 운송이 가능하다.
기업들, 강제 수입 가능성에 긴장

업계의 우려는 단 하나다. 가격 경쟁력이 낮은 미국산 LNG를 정부 간 협상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수입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민간 LNG 사업자는 “공급선 다양화는 필요하지만,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고가 수입을 강제당하는 상황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해 “내부 검토가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며 한미 양측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지난달 방한해 국내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LNG 외에도 조선 협력, 무역수지 조정, 방위비 분담까지 맞물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만큼, 에너지 수입 확대는 협상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선택이 통상 협상에서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