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판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15% 추가관세로 맞받아치자, 한 달여간 침체를 겪던 국제 금 시세가 급반등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CME) 산하 코멕스(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일 대비 144.7달러(2.8%) 오른 온스당 5,225.6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5,257.3달러까지 치솟으며 5,000달러 벽을 단숨에 돌파했다.
이번 금값 급등은 지난 1월 30일 마진콜 쇼크로 하루 만에 11.39% 폭락한 이후 온스당 5,000달러선을 넘지 못하던 침체 국면을 벗어나는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5월 인도분 은 선물도 5.1% 급등한 온스당 87.2달러를 기록하며 귀금속 전반의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대법원 6:3 위법판결, 트럼프 하루 만에 역공
금값 급등의 직접적 도화선은 2월 20일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대응이다. 대법원은 6대 3으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근거 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정하며 “의회 승인 없이 수량·기간·범위에 제한 없는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대통령 권한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존 로버츠 대법원장, 닐 고서치, 에이미 배럿)까지 위법 의견에 동참한 것은 트럼프 통상정책의 법적 근간이 흔들렸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새로운 법적 근거로 내세우며 전 세계에 10% 전면 관세를 부과했고, 불과 하루 만인 2월 21일 세율을 15%로 상향했다. 이 조치는 최대 150일간 적용되며, 의회승인 여부와 추가 소송 가능성이 겹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됐다.
“150일 시한부 관세”…리스크오프 장세 본격화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150일 시한부 관세, 의회승인 여부, 추가소송 가능성 등이 겹치며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3대 지수가 모두 떨어지고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은 강세를 보이는 리스크오프 장세가 연출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페덱스는 2월 23일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관세 전액 환급 소송을 제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5년간 법정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 역시 “수년이 걸리도록 질질 끌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 분쟁을 예고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3조 달러 규모 사모신용대출(PLS) 시장의 부실 우려도 금값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사모 신용시장은 반복 매출 기반 소프트웨어(SW) 기업을 우량 담보로 간주해 포트폴리오의 약 20%를 구성해왔는데, AI 툴이 기업용 SW를 조만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담보가치 재평가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뉴욕증시 금융주가 급락하며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더욱 강화됐다.
국내 금시세도 24만원대 회복…4거래일 연속 상승
국내 금시장도 설 연휴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국내 금시세(99.99_1kg)는 24일 오전 9시 51분 현재 1.75% 오른 1g당 24만3,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2월 19일 0.96% 상승을 시작으로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인 2월 23일에는 2.33% 급등하며 1g당 24만원대를 회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부과된 관세 수입으로 인한 1년간 최소 1,600억 달러(약 230조원) 증가가 추정되는 가운데, 법적 분쟁의 장기화와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금시세는 1월 말 마진콜 쇼크 당시 1g당 26만9,810원까지 치솟았다가 2월 들어 23만원대로 하락했으나, 관세 전쟁 격화로 다시 반등 국면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