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1천억 달러 규모 에너지 거래에 석탄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석탄 산업 행사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일본, 한국, 인도 등과 석탄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역사적 무역합의를 했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무역합의에서 석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7월 30일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과의 만남 후 “한국이 1천억 달러 상당의 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기타 에너지 제품’이 모호하게 표현됐던 부분에 석탄이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실제로 지난해 12월 알래스카 가스전에서 연 100만 톤 규모의 LNG 구입 확인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석탄 구매와 관련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바이든 4년 ‘0건’ vs 트럼프 1년 ’70건’… 석탄 정책 대전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석탄을 “깨끗하고 아름다운 석탄(Clean Beautiful Coal)”이라고 수차례 강조하며 “가장 믿음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석탄은 국가안보에 중요하며 철강 생산부터 조선,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석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 4년간 석탄 채굴 프로젝트 승인이 단 한 건도 없었지만, 트럼프 정부 1년 만에 이미 70건 이상의 석탄 광산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전임 행정부의 석탄 발전소 폐쇄를 “파멸적인 길”이라고 규정하며,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켄터키의 석탄 발전소에 자금을 지원해 가동을 유지하도록 에너지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미국 국방부에 석탄발전소와 새로운 전력 구매 협정을 체결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군이 상당량의 석탄을 구매하게 될 것이며, 이는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워싱턴 석탄 클럽으로부터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의 명백한 챔피언’ 트로피를 받기도 했다.
탄소중립 vs 에너지 안보… 국제사회와 정면충돌
트럼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제사회가 지구 온난화 대응을 위해 함께 추진해온 ‘화석 에너지원 사용 저감’ 노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주 온실가스 규제 근거가 된 ‘위해성 판단’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복잡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초 “한국 국회가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1천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면서도 관세 압박을 받는 모순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석탄 수입이 실제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 정부가 탄소감축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석탄 수입 확대는 국제 공약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한미 에너지 협력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가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