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2차 소비쿠폰인데… 어르신들 “이럴 줄은 몰랐다” 불만 터진 이유

손에 쥐는 돈이 진짜 돈
1차엔 품절 대란, 2차엔 지급 중단
디지털 소외된 이들을 위한 대책 시급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이 시작된 22일, 이른 아침부터 주민센터를 찾았던 일부 시민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1차 지급 당시의 극심한 혼란은 다소 줄었지만, 현장 곳곳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앱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종이 형태의 상품권을 둘러싼 대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령층이 ‘종이’를 고집하는 진짜 이유

어르신들이 유독 종이 상품권을 선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고 본인 인증을 거쳐 충전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 주민센터에서 바로 받아 지갑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현금처럼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실물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화면 속 디지털 숫자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충북 제천시와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류형 상품권 지급을 아예 중단했다.

현장을 찾은 어르신들은 “카드형은 사용기한이 오는 11월 30일까지로 짧지만, 종이 상품권은 유효기간이 5년이라 두고두고 쓸 수 있어 좋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1차엔 ‘품귀 대란’, 2차엔 ‘지급 중단’…엇갈린 행정

실제로 지난 1차 지급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종이 상품권 대란’이 벌어졌다. 충북 제천시의 일부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오전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되는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보은군은 조폐공사로부터 공급이 지연되자 지역 금융기관에 보관 중이던 상품권을 급히 구매해 지급하는 등 진땀을 빼야 했다.

당시 보은군 관계자는 “하루 만에 2만 2천여 장이 지급될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 2차 지급부터는 아예 지류형 상품권 지급을 중단하는 극약 처방을 내린 곳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는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 자체를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부산시는 신청서를 없애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북 일부 지역에서는 요일제를 착각하고 방문한 어르신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신청을 도와주는 등 유연한 행정력을 보여주며 대조를 이뤘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이름 그대로 국민의 생활 안정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하지만 지급 방식의 차이로 인해 누군가는 혜택에서 소외된다면 그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한 전문가는 “정책의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세심한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정 비율의 지류 상품권 물량을 의무적으로 확보하거나, 고령층을 위한 현장 신청 창구를 확대 운영하는 등 보다 포용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