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해당 지역 수출이 3월 한 달에만 49.5% 급감했음에도, 올해 1분기 중소기업 전체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화장품과 반도체가 아시아·유럽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정학적 리스크의 충격을 상쇄한 결과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9일 발표한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중소기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한 298억달러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온라인 수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8.2% 증가한 3억달러로, 분기 기준 최초로 3억달러 벽을 넘어섰다.
수출 참여 기업 수도 확대됐다. 수출 중소기업 수는 6만4,706개사로 2.7% 늘었고, 온라인 수출 기업도 2,735개사로 14.4% 증가하며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뒷받침했다.
K-뷰티·반도체, 쌍끌이 수출 견인
품목별 성적표에서는 화장품과 반도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화장품 수출은 21억8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특히 온라인 화장품 수출은 74.2% 급증한 2억달러를 기록해, 전체 온라인 수출의 3분의 2를 홀로 책임졌다.
지역별로는 중동(-16.1%)이 부진했지만, 미국(+35.1%)과 유럽(+43.7%)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로 이를 만회했다.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2.5%에 달한다.
반도체 수출은 11억3천만달러로 55.6% 급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5G·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배경으로 꼽힌다. 홍콩(+214.8%), 대만(+82.5%), 베트남(+35.4%)에서의 폭발적 성장세가 이를 뒷받침했다.
자동차는 6개 분기 만에 뒷걸음…중동 리스크 현실화
반면 그늘도 뚜렷하다. 자동차 수출은 14억7천만달러로 6개 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러시아의 수입차 부과 세금 인상과 중동 전쟁에 따른 해협 봉쇄가 이중 악재로 작용한 결과다.
국가별로는 최대 수출국 중국이 48억8천만달러(+10.6%)로 1위를 지켰고, 홍콩(+86.3%), 대만(+29.4%), 인도(+23.6%)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미국(-2.7%), 일본(-2.8%), 멕시코(-4.0%) 등 주요 선진국·근린국 수출이 일제히 감소해 향후 수출 흐름의 변수로 지목된다.
중동 수출은 전쟁 영향으로 12억8천만달러에 그치며 16.9% 감소, 최근 5년 1분기 평균을 밑돌았다. 업계에서는 중동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이어서 전체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지역·품목 다변화가 위기 방어막…정책 지원도 속도
이번 실적의 핵심은 수출 시장 다변화 효과가 위기 방어막으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3월 한 달 기준 중동 수출이 49.5% 급감했음에도 아시아·북미의 화장품·반도체 호조가 이를 상쇄하며 3월 전체 수출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심재윤 중기부 글로벌성장정책관은 “화장품 등 주력 수출품목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유럽 지역 수출이 증가하며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중동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애로 해소를 위해 추경으로 마련한 물류바우처 등을 신속히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수출 기업 수가 14.4% 증가한 점과 신규 수출 참여 기업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점에 주목한다. 디지털 채널을 통한 D2C(소비자 직접 판매) 모델 확산이 중소기업 수출 기반을 넓히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