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다이소, 사방으로 뻗어간다
‘생존’ 걱정하는 골목상권들

“이제는 문구점도, 의류점도, 힘들지 않은 게 없다.”
최근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한숨 섞인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무신사와 다이소, 두 유통 거인이 손 뻗는 곳마다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와 다이소는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무신사는 연결 기준 매출 1조 2000억 원을 달성했고, 다이소는 연 매출 3조 9689억 원으로 4조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무신사·다이소의 확장, 골목을 파고들다

무신사는 온라인 플랫폼 29CM를 통해 패션을 넘어 가전, 식품, 티켓 등으로 품목을 확장했다. 특히 문구류 부문에서는 오프라인 ‘문구 페어’까지 개최하며 문구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무신사의 오프라인 확장 속도도 거침없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은 전국 24곳으로 늘어났고, 대구 동성로에는 무신사 매장이 두 곳이나 문을 열었다.
다이소 역시 의류, 화장품, 건강식품 등 전략 상품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온라인몰 이용자 수는 3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해 405만 명에 이르렀다.

애초 생활용품 중심이었던 다이소는 이제 소상공인들이 취급하던 다양한 품목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쌓이는 생존 위기… “규제 필요하다” 목소리
동성로 상인회에 따르면 무신사 매장이 들어선 뒤 인근 50~60평 규모의 의류 상점 여러 곳이 폐업했다. 특히 보세 의류를 판매하던 매장들은 무신사의 대형 매장과 고객층이 겹치며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문구업계 역시 다이소의 문구 상품 강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 통계에 따르면 다이소 매장 인근 문구점 10곳 중 9곳이 매출 감소를 겪었다.

심지어 반려동물용품 시장에서도 다이소의 영향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펫산업연합회는 “다이소 인근 펫숍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긴급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형마트·SSM(기업형 슈퍼마켓)처럼 대형 전문점에도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소상공인은 98만 6000여 명에 달했다. 올해도 이 추세가 이어지면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소상공인 1명이 창업에 평균 8900만 원을 투자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89조 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슈퍼 유통공룡들의 무차별 확장은 단순히 한두 업종의 위기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역경제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성장하는 무신사와 다이소의 그림자가 골목상권을 짙게 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