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나오는 200만원? 포기 할래요”… 줄줄이 빠져나가더니 ‘비상등’ 켜진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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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돌봄 현장
턱없이 부족한 요양보호사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 시대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 처우 / 출처: 뉴스1

“계속 힘을 주다 보니 손목과 허리가 남아나질 않아요.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죠.” 주름진 손목에 보호대를 감싼 60대 요양보호사의 한숨이 무겁다.

종일 쪼그려 앉아 어르신을 씻기고, 몸을 일으켜 휠체어에 태우고, 식사를 도와주는 일상. 낮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시 의자에 앉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호출벨 소리에 언제든 일어나야 하는 현실이다.

근무 9시간 내내 앉을 틈조차 없는 현실

지난 3일, 경기도 양주시 가연재활요양원.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업무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요양보호사 처우 / 출처: 연합뉴스

2층에는 13명의 어르신이 계셨지만 이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는 단 2명뿐이었다. 요양보호사 1명이 평균 6.5명의 어르신을 돌봐야 하는 셈이다. 1층과 3층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어르신은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했다.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는 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큰 힘이 필요했다.

11시부터는 식사 시간이 시작됐다. 스스로 식사가 불가능한 어르신들에게는 요양보호사가 직접 음식을 떠먹여 드려야 했다.

어르신들의 식사가 모두 끝난 후에야 요양보호사들은 겨우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요양보호사 처우 / 출처: 연합뉴스

짧은 점심 시간이 끝나자마자 오후 일정이 이어졌다. 어르신들을 문화 프로그램 장소로 이동시키기 위해 휠체어 태우기가 반복됐다. 요양보호사들의 손과 허리는 종일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숙련된 인력은 떠난다

이처럼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는 요양보호사 직종은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올해 3,762명의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며, 이 추세라면 2028년에는 무려 11만 6,734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요양보호사 처우 / 출처: 뉴스1

핵심 문제는 열악한 처우다. 요양보호사 A(63) 씨는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고 온통 멍투성이”라며 손목에 착용한 보호대를 보여줬다.

이렇게 높은 업무 강도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월 200만 원 초반대로,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처우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3년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278만 명이 넘지만 실제 활동하는 인력은 65만 명(23.4%)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들은 “요양보호사들은 하루 종일 엉덩이 한 번 못 붙이고 종종거리며 일하는데 최저 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으니 자격증이 있어도 요양 시설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요양보호사 처우 / 출처: 연합뉴스

‘노노케어’ 현실화, 대책 마련 시급

인력 부족의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노노케어’라는 기이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 보니 어르신이 어르신을 챙겨야 하는 ‘노노케어’ 현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가연재활요양원의 김미림 원장은 말했다.

2023년 기준 요양보호사 평균 연령은 67.1세. 돌봄이 필요한 나이에 오히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안타까운 현실이 된 것이다.

요양보호사 처우 / 출처: 연합뉴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을 “돌봄 페널티”로 설명한다.

“돌봄 노동이 다른 직종에 견줘 임금 수준이 낮고 처우도 열악한 것은 가정 내에서 여성들이 공짜로 제공해오던 일이란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75세 이상 고령층으로 진입하는 2030~2040년 사이에 돌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시기에 돌봄 인력 부족 현상은 현재보다 훨씬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이러한 인구 고령화에 20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대비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처우 / 출처: 연합뉴스

돌봄은 단순히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 과제다.

요양보호사와 같은 돌봄 인력의 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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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존엄사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스스로 선택한 사람에게는 나라에서 평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게 지원을 해주든지 어쩌든지 해서 시행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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