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값 폭등에 정부 20년 만의 ‘비축 카드’
수출 호황 속 내수 공급 불안 심화

김값이 평년보다 40% 넘게 치솟으면서 정부가 20년 만에 마른김 비축 제도를 다시 꺼내 들었다.
‘국민 반찬’으로 불리는 김이 수출 효자 품목으로 급부상했지만, 정작 국내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과 가격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산지에서는 물김이 수천 톤씩 버려지는 기이한 상황까지 맞물리며, 생산·유통 구조 전반에 대한 대책 필요성이 커졌다.
20년 만에 돌아온 김 비축 제도

해양수산부는 김 가격이 낮을 때 정부가 사들여 보관했다가 가격이 급등하면 시중에 풀어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의 비축 제도를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비축 대상은 명태, 고등어, 오징어, 갈치, 참조기, 마른멸치, 천일염 등 대중성이 높은 어종 6종뿐이며, 양식이 가능한 김은 제외돼 있다.
그러나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생산 예측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제외했던 양식 수산물도 앞으로는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 첫 대상이 마른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비축은 1979년부터 2006년까지 운영됐으나 가격 폭락과 품질 저하 우려로 중단된 뒤 지금까지 부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가격 급등세가 1년 반 넘게 이어지자 정부는 방침을 선회했다.

김값 상승에는 국제 시장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의 김 생산이 부진하면서 한국산 김 수출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동원F&B, CJ제일제당 등 국내 대기업들도 조미김 가격을 잇따라 올렸다.
특히 국내 김 수출 2위 업체인 대상은 전남 고흥에 자체 육상양식장을 운영하며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각각 연간 수백 톤 규모의 김을 생산하고 있다.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등을 통해 김은 ‘검은 반도체’로 불릴 만큼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값은 뛰는데 산지에선 버려지는 김

이와 달리 산지에서는 원초인 물김이 대량 폐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에서 약 6천 톤의 물김이 경매에 나가지 못한 채 버려졌는데, 전남에서만 5천 톤 이상이 폐기됐다.
해수부의 신규 양식장 허가와 불법 양식 확산, 작황 호조로 공급량이 급격히 늘면서 수요를 초과한 것이다.
올해 1월 물김 산지 가격은 ㎏당 평균 762원으로 1년 전보다 50% 이상 떨어졌다. 반면 마른김 가격은 장당 145원으로 평년 대비 55.5% 높아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변동성과 수출 호황이 맞물린 현 상황에서, 20년 만의 비축 제도가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