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직격타 맞은 업계 “여기선 희비 갈렸다?”…유통가 지각변동

백화점 업계 1분기 쓴맛
이마트만 독주하는 대형마트
계열분리한 남매 경영 첫 성적표
유통업계
유통업계 실적 희비 / 출처: 연합뉴스

1분기 유통가에 뚜렷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전반적인 소비침체 속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며 업계의 지각변동이 포착됐다.

대형마트 시장에서는 이마트의 독주가, 백화점 업계에서는 롯데의 선전이 돋보였고, 신세계그룹 내에서는 형제의 경영 성적이 완연히 달라지는 흥미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롯데만 웃고 나머지는 울상… 백화점 “한파” 몸살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극심한 소비침체 영향으로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1분기 실적이 대부분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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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실적 희비 / 출처: 연합뉴스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은 6,590억 원으로 0.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079억 원으로 5.1% 줄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 5,890억 원, 영업이익 972억 원으로 각각 0.8%, 5.7% 감소했다.

유일하게 롯데백화점만 1분기 영업이익이 1,300억 원으로 44.3%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매출은 8,063억 원으로 1.1% 감소했으나, 대형 점포 리뉴얼과 부진 점포 폐점 등 효율화 전략이 주효했다. 특히 해외사업 부문에서 매출이 6.2%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한 점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상황에 백화점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국 위기, 미국발 통상 전쟁에 의한 대외 경제 불확실성, 기후변화까지 모든 악재가 겹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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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실적 희비 / 출처: 연합뉴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의 2월과 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2.1% 감소했다.

대형마트, ‘이마트 쏠림’ 현상 뚜렷

백화점들이 고전하는 사이, 대형마트 시장에서는 이마트의 독주가 두드러졌다.

이마트는 1분기 매출 4조 6,258억 원(10.1% 증가), 영업이익 1,333억 원(43.1% 증가)을 기록하며 2018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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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실적 희비 / 출처: 연합뉴스

특히 전통적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 수가 2~3% 증가하는 현상까지 보이며 경영진을 고무시켰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가격파격 선언’, ‘고래잇 페스타’ 등 공격적인 할인 정책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롯데마트는 매출은 1조 4,873억 원으로 소폭(0.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81억 원으로 34.8% 급감했다.

특히 국내 영업이익은 67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54억 원)보다 무려 73.6%나 줄었다.

“통합매입으로 경쟁하면 매입 규모가 큰 쪽이 원가 절감에 유리하다”며 “롯데마트가 실적 만회를 위해 대대적 가격 할인에 나서면 하반기에 격렬한 판촉 전쟁이 예상된다”고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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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실적 희비 / 출처: 연합뉴스

한 지붕 두 가족, 신세계-이마트 ‘희비 교차’

이러한 업계 흐름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계열 분리를 선언한 신세계그룹 내 두 축의 상반된 성적표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는 1분기 영업이익이 1,323억 원으로 18.8% 감소했지만,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1,593억 원으로 238.2% 급증하는 대조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10월 공식화된 계열 분리 이후 첫 실적 발표라 더욱 주목받았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된 이후 사실상 두 개의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되어 왔으나, 이제는 실질적인 독자 경영의 길을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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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실적 희비 / 출처: 연합뉴스

이미 정용진 회장은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10%를 매입했고, 정유경 회장은 오는 30일 ㈜신세계 지분 10.21%를 증여받을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절차는 남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빠르게 분리 수순을 밟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점차 협력체제에서 경쟁체제로 바뀔 것”이라며 “앞으로 각자의 경영 성과를 입증하기 위한 유통시장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형제의 경영 능력이 실적으로 가시화되는 첫 국면인 만큼, 향후 양사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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