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올라가면 좋은 일이라더니… “이젠 그것도 옛말” 속 타는 기업들

이제는 과거와 다른 양상
한국 경제의 새로운 시험대, ‘강달러’
환율
강달러와 수출 기업 / 출처 : 뉴스1

“환율이 이렇게 순식간에 올라버리니, 대처할 방법도 없어요.”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중심축을 이루는 수출 산업들이 새로운 딜레마에 직면했다.

강달러가 단순히 수출 기업에 호재로 작용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원자재 수입 비용과 해외 투자 부담 증가라는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업계를 중심으로 환율 상승의 파장은 깊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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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와 수출 기업 / 출처 : 연합뉴스

전통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여겨져 왔다. 달러로 수익을 내는 수출 기업이 원화로 환산했을 때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기업의 해외 생산과 현지 판매 비중이 급증하면서 이 공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고 있다.

강달러는 현지 투자 비용과 원자재 수입비 증가로 이어져 오히려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높아지면 단기적으로 매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웨이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이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 상승이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항공업계, 환율 압박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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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와 수출 기업 / 출처 : 뉴스1

자동차 업계 역시 환율 상승의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 국내 생산 비중이 감소하고 해외 공장 비중이 늘어난 현대차와 기아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부품과 원자재를 수입해 현지에서 차량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비용 상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도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항공사는 강달러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약 280억 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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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와 수출 기업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모든 업계가 환율 상승을 부담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조선업계와 일부 IT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며 강달러 시대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해외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수주 실적을 높이고 있다.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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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와 수출 기업 / 출처 : 뉴스1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와 운영 계획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이 한국 경제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선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환율 안정화 대책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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