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주식시장에서 불공정거래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특히 기업 내부자들이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이 전체의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11일 ‘2025년도 불공정거래 심리실적 및 주요 특징’ 자료를 공개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에 불공정거래 혐의를 통보한 사건은 총 98건으로 집계됐다.
미공개 정보 이용, 전체 사건의 59.2% 차지
98건 중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이 58건(59.2%)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정거래 18건(18.4%), 시세조종 16건(16.3%)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공개매수를 악용한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이 11건에 달했다. 공개매수자 임직원이나 대리인(증권사)이 공개매수 실시 정보를 차명 계좌로 활용하거나, 지인에게 사전 전달해 수익을 챙기는 방식의 도덕적 해이가 두드러졌다. 선거 등 정치 테마를 악용한 부정거래·시세조종 사건도 4건 발생했다.
코스닥 집중·부당이득 33% 급증…수법도 고도화
시장별로는 코스닥 시장에서 66건이 발생해 코스피(28건), 코넥스(2건)를 크게 앞질렀다. 상장종목 수 대비 혐의 통보 비중도 코스닥(3.6%)이 유가증권시장(3.3%)보다 높았다.
가장 주목되는 지표는 부당이득 규모다. 지난해 사건당 평균 부당이득 금액은 24억원으로, 전년(18억원) 대비 33.3% 증가했다. 거래소는 부정거래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지능화하면서 부당이득 규모가 확대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사건당 평균 혐의자 수도 16명으로 전년보다 1명 늘었으며, 내부자 관여 비율은 부정거래 사건에서 77.8%로 가장 높았다.
합동대응단 출범으로 심리 기간 3개월 단축…거래 시간 연장이 새 변수
당국은 지난해 7월 금융위·금감원·거래소 공동으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신설해 대응 속도를 높였다. 합동대응단 출범 후 감시·심리 소요 기간이 3개월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사례로는 고액 자산가의 대규모 주가조작(1호), 증권사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2호), 언론사 기자의 선행매매(3호) 등이 포함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프리마켓(오전 7~8시)·애프터마켓(오후 4~8시) 도입이 새로운 감시 공백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거래소도 “신규 제도를 악용한 시세조종과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분석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가치와 무관한 주가 급등 종목, 선거 관련 테마·풍문에 따른 무분별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