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사도 받지 않고 방치되는
낡고 오래된 건설기계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A씨는 최근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한 공사 현장에서 건설기계를 작동하며 공사하던 중, 갑작스럽게 건설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다.
거대한 크기에 무게도 엄청난 건설기계는 A씨를 덮칠 뻔했고, A씨는 가까스로 쓰러지는 기계를 피할 수 있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A씨는 건설기계의 오작동을 두고 장비 노후화가 원인일 것이라고 지목했다.
장비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줘야 하는데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최근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매년 수백 건의 건설기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건설기계 정기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기계들이 여전히 다수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정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5년간 정기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건설기계가 무려 12만 대 수준이었다.
이 중 9천 대는 재검사를 받지 않은 채 운행 중이며, 약 7천 대 가까이가 10년 이상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4월 합천군의 한 공사 현장에서 펌프카 붐이 파손되며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 현장에 자주 투입되는 펌프카의 경우, 무게 수 톤에 달하는 붐이 콘크리트를 수송하는 역할을 하는데, 정기적인 점검이 없다면 연결 부위 파손 등으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건설기계 안전사고는 매년 300건 이상 발생하며,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또한 적지 않다.
증가하는 건설업 사망 사고, 해결책은?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90명, 2022년 96명이 건설기계 사고로 목숨을 잃었으며, 이 비율은 전체 건설업 사고 사망자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표준 작업 계획서를 배포하고 작업 절차 준수를 지원하는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규모가 큰 현장에서는 비교적 자주 점검이 이루어지지만, 소규모 현장에서는 장비 점검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건설기계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현장에서의 체계적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기 검사와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미수검 장비에 대한 관리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