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20만t 줄고, 금징어가 된 오징어
기후변화·남획에 고등어·갈치도 흔들

“이제 오징어를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한때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던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연간 5.4kg에 달하는 오징어 소비량은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수산물 가운데 단연 1위를 차지해왔다.
오징어뿐만 아니다. 새우, 멸치, 굴, 명태, 고등어, 갈치 등 한국인은 182종에 달하는 다양한 수산물을 즐긴다. 그러나 이 익숙한 풍경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20만t을 웃돌던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해 1만t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남획과 기후변화가 동시에 몰아치며 바다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제주를 비롯한 연근해 어장에서는 오징어 떼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살오징어 어획량은 1만 3546t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4년 21만t과 비교하면 93.6%나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급감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남획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변국들도 지나치게 오징어를 많이 잡았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기후변화다. 해수면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오징어는 북쪽으로 이동하거나 어군이 흩어져 조업이 어려워졌다는 해석이다.
가격은 ‘금징어’, 먹거리 물가도 빨간불
수산자원이 줄자 가격은 치솟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신선 오징어의 산지 가격은 1kg당 9,51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나 올랐다.

같은 기간 도매가격도 1만 9332원으로 12.9% 상승했다. 정부 할인 정책 영향으로 소비자가격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한 마리에 평균 8천938원으로 평년 대비 37%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에 따르면 수산물 항목은 전년 대비 4.9% 상승했다. 이는 2023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오징어뿐 아니라 고등어와 갈치 어획량도 각각 17%, 26% 이상 줄었다.
수산과학원 보고서는 “멸치와 고등어 등 대중성 어종의 어획량이 2010년대 이후 감소세거나 정체 상태”라고 진단했다.
기후가 흔드는 어촌 생계

문제는 수온 상승이 단순히 특정 어종의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식장에서도 고수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양식어업 피해액은 1,430억 원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피해였다.
같은 해 전체 연근해 어획량은 전년보다 11.6% 감소한 84만 1천t으로 줄었다. 1980년대 평균 151만t에서 2020년대 93만t까지 떨어진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어민들은 더 이상 ‘만선’을 꿈꾸기 어렵다. 남획으로 인한 자원 고갈,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단순히 어획량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먹거리 물가부터 지역 어촌의 생계, 나아가 우리 식탁의 풍경까지 위협하고 있다.

보다 체계적인 자원 관리와 기후 적응형 어업 대책이 시급하다는 수산업계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