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엔 미래가 없어요”… 똑똑한 아들·딸들, 정부에 등 돌리는 ‘진짜 이유’

R&D 예산 삭감의 그늘
생계 위협받는 청년 과학자들
무너진 연구 생태계, 회복은 언제쯤

미래를 연구해야 할 과학기술인들이 자신의 미래를 담보 잡고 있다.

연구 대신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노후 자금인 퇴직연금까지 깨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 연구자들이 급증하는 현실이 수치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단행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과학계 현장에 남긴 심각한 후유증의 단면이다.

길 잃은 연구자들, 실업과 파산의 늪으로

R&D 예산 삭감의 여파는 연구 현장의 고용 불안으로 즉각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연·생명과학 및 정보통신 분야 연구직의 구직급여(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총 2만 8,092명에 달했다. 이는 예산 삭감 전인 2022년 대비 30.6%나 급증한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고용 충격이 30대 이하 신진·청년 연구자들에게 집중됐다는 점이다. 해당 분야 실직자 중 70% 이상이 젊은 연구자들로 채워졌다.

고용 불안은 곧바로 생계의 위협으로 이어졌다. 과학기술인공제회 자료에 따르면,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한 과학기술인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2년 6명에 불과했던 인출자는 2023년 18명, 올해는 9월까지 벌써 22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특히 올해 인출자 22명 중 21명이 40대 이하 청년 과학자로 확인되면서, 젊은 연구자들의 경제적 붕괴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보릿고개’ 맞은 연구 현장…과제 따기 ‘하늘의 별 따기’

일자리를 지킨 연구자들도 기회의 문이 막히기는 마찬가지다. R&D 예산이 줄면서 신규 연구 과제 수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 과제 선정률의 폭락으로 이어졌다. 한국연구재단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신진 연구자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사업인 ‘우수신진’ 과제의 선정률은 2021년 31.3%에서 올해 10.2%까지 추락했다.

10명이 지원하면 3명 이상 선정되던 과제가 이제는 1명만 겨우 뽑히는 수준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당시 정부가 R&D 예산이 ‘나눠 먹기’ 식으로 운영된다고 비판하며, 소액 과제를 통폐합하고 대형 과제 위주로 재편한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다.

이 과정에서 신진 연구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던 ‘생애첫연구’와 ‘기본연구’ 같은 풀뿌리 연구 과제들이 폐지됐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천억 원으로 편성하고 기초연구 복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이미 한번 무너진 연구 생태계와 젊은 인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것 이상의 꾸준하고 안정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