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효과 기대했는데 “이게 말이 되나요”…씁쓸한 진실에 국민들 ‘허탈’

취업자 31만명 늘었지만
청년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
임시직만 늘고 제조업은 추락

지난달 전국의 식당가와 쇼핑몰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정부가 배포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덕분이었다.

그 결과, 19개월 만에 취업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

소비쿠폰이 만든 ‘반쪽짜리 호황’

국가데이터처가 17일 발표한 9월 고용 동향은 겉보기엔 화려했다. 취업자 수는 2915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31만2000명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올해 들어 10만 명대에 머물던 취업자 증가 폭이 단숨에 30만 명대로 뛰어오른 데는, 7월부터 시작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영향이 컸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2만8000명 늘어나 7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를 기록했고, 숙박·음식점업에서도 2만6000명이 증가하며 활기를 보였다. 예술·스포츠·여가 분야 역시 7만5000명 증가하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냈다.

공미숙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소비쿠폰을 주로 사용하는 업종들이 고용 증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건설업은 여전히 ‘한겨울’

하지만 고용의 질을 따져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제조업 취업자는 6만1000명 줄어들며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업도 8만4000명 감소해 하락세가 뚜렷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이들 산업에서의 고용 한파는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늘어난 일자리의 성격이다. 2년 만에 일용직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임시직도 4만4000명 늘었다. 반면, 안정적인 상용직의 증가 폭은 오히려 줄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소비쿠폰으로 반짝 늘어난 서비스업 일자리는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에겐 여전히 ‘잔인한 가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년 고용이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4만6000명이나 줄었고, 청년 고용률은 45.1%로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0대는 13만3000명이 늘어 2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지만, 20대는 13만4000명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60세 이상 취업자가 38만1000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청년층의 고용 위축이 두드러진다.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쉬었음’ 인구는 40만9000명에 달해, 많은 청년들이 아예 취업 시장에서 발을 뺀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쿠폰 효과가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신규 취업자들의 소득 증가가 소비와 고용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한 취업 전문가는 “단기 서비스직 증가만으로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제조업 경쟁력 회복과 신산업 육성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비쿠폰은 당장의 고용 지표는 끌어올렸지만, 일자리의 질과 청년 고용이라는 본질적인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