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에 허리 휘는데 “이유가 다 있었네”… 서울 부동산에 무슨 일이

집값 급등에 내 집 마련 꿈 멀어져
임대업자 수익 늘며 지역 격차 심화
서울만 무주택 50% 넘어 계속 상승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강남권 집값은 계속 오르며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는 반면, 무주택자들은 높아진 내 집 마련의 벽에 좌절하고 있다.

전세와 월세 가격마저 치솟으며 서민들의 주거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서울, 유일하게 무주택 가구 비율 50% 넘어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발표한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무주택 가구는 961만 8,47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954만 1,100가구)보다 약 7만 7천 가구가 늘어난 수치로, 전체 가구(2,207만 가구)의 43.6%에 달한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무주택 가구 수는 506만 804가구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그중 서울의 무주택 가구 비율은 51.7%로,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50%를 넘는 지역이다.

2021년 51.2%였던 서울 무주택 가구 비율은 2022년 51.4%에 이어 2023년까지 2년 연속 상승세다. 다른 지역들은 대부분 보합세나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집값과 소득의 불균형, 내 집 마련의 벽 높아져

이처럼 서울의 무주택 가구 비율이 높은 이유는 급격한 집값 상승에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공개한 ‘최근 주택시장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지역의 주택매매가는 16.1% 상승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약 20년간 서울 지역의 집값 상승률은 419.4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러한 집값 상승에 비해 가구 소득과 자산의 증가 속도는 크게 뒤처지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자료를 보면, 서울의 주택구입물량지수는 2012년 32.5에서 2022년 3.0으로 10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중위소득 가구가 대출을 포함해도 살 수 있는 주택이 서울 전체 주택의 100채 중 3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서울 상위 임대업자들의 수익 급증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은 임대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주택자들이 전월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임대료가 상승하고, 이는 임대업자들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서울 상위 0.1% 부동산 임대업자의 연 소득은 평균 12억 9,980만 원에 달했다.

이는 2022년(12억 8,660만 원)보다 1.0%(1,320만 원) 증가한 수치로, 전국 평균(7억 1,842만 원)보다 약 6억 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서울 지역의 1인당 평균 임대소득은 2,456만 원으로 전년(2,408만 원)보다 2.0%(48만 원) 증가했다. 17개 시도 중 1인당 부동산 임대소득이 2천만 원을 넘는 지역은 서울이 유일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서울의 높은 집값이 무주택자들의 전월세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임대업자들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보여준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서울 지역에서는 소득·자산과 집값 격차가 벌어지면서 내 집 마련을 못 하고 전월세를 사는 가구가 늘고 있다”며 “이들의 전월세 부담도 커지면서 주거비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지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