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서민 생활고가 심화되는 가운데, 서울시가 1조4천57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기정 예산 51조4천857억원 대비 2.8% 수준이며, 서울시는 15일 서울시의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14일 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번 추경의 재원을 2025 회계연도 순세계잉여금으로 충당한다고 밝혔다. 미래 세대의 채무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대중교통·소상공인에 예산 집중 배분
이번 추경의 투자 분야는 크게 네 갈래다. ▲피해계층 밀착지원 1천202억원 ▲고유가 대응 체질 개선 4천976억원 ▲고유가 피해지원금 매칭 지원 1천529억원 ▲자치구 지원 3천530억원으로 구성된다.
고유가 대응 체질 개선 예산의 대부분인 4천695억원은 대중교통 활성화에 투입된다. 서울교통공사와 시내버스 회사에 각각 1천억원씩 총 2천억원을 지원하고, K-패스 한시 할인에 1천571억원, 기후동행카드 한시 할인에 1천68억원을 배정했다. K-패스는 월 3만원의 정액형 ‘반값패스’가 신설된다.
소상공인 지원에는 811억원이 배정된다. 위기 소상공인 금융지원 확대에 234억원을 투입하고,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기존 1천500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두 배 확대한다. 친환경 차량 전환에도 281억원이 쓰인다. 전기버스·전기화물차 보급에 164억원, 수소버스 보급에 117억원이 각각 배분된다.
국고 보조율 역차별…연간 3조5천억 추가 부담
서울시는 이번 추경의 배경으로 ‘재정 이중고’를 직접 언급했다.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서울시는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업에서도 국고 보조율이 70%에 불과해 타 시도보다 10%포인트 낮은 지원을 받는다.
이동률 기획조정실장 직무대리는 “단지 서울시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은 제한적인데, 감당해야 할 복지 수요와 민생 예산은 늘어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추가 부담액이 연간 3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 구조적 문제에 대해 중앙 정부에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시장, 방산시장 현장 방문…”추경으로 신속 지원”
오세훈 서울시장은 추경안 발표 당일인 14일 오전 서울 중구 방산시장(인쇄·포장 도매시장)을 직접 찾았다. 현장에서 상인회장은 국제 유가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플라스틱·비닐 등 원재료비가 급등하고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오 시장은 “중동 사태로 위기를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추경으로 신설한 위기 대응 자금 등 대책을 최대한 빠르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14~15일 방산시장 상인연합회 사무실에 긴급 현장상담소를 열어 업체별 맞춤 지원책을 안내할 예정이다.
이동률 직무대리는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는 대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원칙 아래, 의회 의결 즉시 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시민의 삶을 지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