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오는 21일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추정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대화 유도’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산업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긴급조정권 불가피론’을 언급하면서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직접 경고했다. 산업부 장관이 공개 채널에서 ‘최후 카드’를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과급 ‘상한 폐지’ vs 경영 유연성…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
이번 분쟁의 핵심은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닌 ‘제도 고착화’ 요구에 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현행 50%)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자동 지급하는 방식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70조원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를 단순 적용하면 성과급 규모만 4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사측은 경기 변동에 따른 유연한 경영 운영이 필수적이라며 제도화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번 분쟁이 “일회성 임금 요구가 아닌 경영 체계 자체를 겨냥한 구조적 갈등”이라고 분석한다.
고용부 “검토 없다” 공식 입장…실무선에선 법적 요건 점검 중
고용노동부는 공식적으로 “긴급조정권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무 차원에서는 쟁의행위 현실화에 대비해 법적 요건 등을 점검하는 작업이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긴급조정권은 발동 즉시 파업이 중단되고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강제 조치로, 노동3권 제한 논란과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노사를 직접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사실상 긴급조정 외에 마땅한 카드가 없는 구조”라며 “검토 자체만으로도 노사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한다.
공급망 파장 우려…정부 대응 기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삼성전자 생산 차질의 영향은 단일 기업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감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TSMC 등 경쟁사 반사이익과 한국 수출 타격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양측에 16일 사후조정 재개를 요청한 상태다. 노동당국도 물밑 접촉을 통한 협상 재개를 유도하고 있지만,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 요구를 고수하며 추가 대화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총파업 예고(21일)까지 남은 시간이 6일에 불과한 만큼, 정부의 최종 대응 방향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