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전기차 배터리 다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 4월 20일 서울 강남구 안다즈 호텔에서 열린 계약 체결식에는 삼성SDI 최주선 대표이사 사장과 메르세데스-벤츠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하이니켈 NCM 각형 배터리, 2028년형 SUV·쿠페에 탑재
삼성SDI가 공급할 배터리는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소재 기반의 고성능 각형 배터리다. 높은 에너지 밀도로 주행거리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장수명·고출력 성능과 삼성SDI 독자 개발 안전성 솔루션까지 갖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배터리를 차세대 중소형 전기 SUV와 쿠페 모델에 탑재할 계획이다. 공급 시점은 배터리 개발 및 생산 라인 구축에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2028년형 전기차부터로 예상된다.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다년 계약 특성상 최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승지원 회동’ 5개월 만에 맺은 결실

이번 계약은 철저히 준비된 전략의 산물이다. 지난해(2025년)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만찬을 함께하며 미래 모빌리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로부터 약 5개월 만에 구체적인 공급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이재용 회장이 올해 4월 중순 유럽 출장에서 BMW·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 등과 공급 협상을 직접 챙긴 것도 계약 성사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삼성SDI 측은 “이번 파트너십은 양사가 가진 혁신 DNA의 결합”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CATL 압박 속 유럽 공략…K-배터리의 전략적 선택
삼성SDI의 이번 수주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재편이라는 더 큰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중국 CATL은 6조5000억원 규모의 광물 투자를 진행 중이며, 2026~2027년 완료되면 한국 배터리 3사의 원가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4년 7월 르노와 39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SDI의 메르세데스-벤츠 계약은 이러한 흐름에서 K-배터리가 기술 신뢰성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적 포석이다.
삼성SDI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배터리 공급을 시작으로 차세대 배터리 선행 개발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독일 프리미엄 3사를 모두 고객으로 둔 삼성SDI가 중국 배터리의 가격 공세를 기술력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