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국산 제품에 12.5%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한·미 간 기존 관세 합의를 뒤흔들 수 있는 첫 번째 조치가 공식화된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6월 2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강제노동 제품 수입 차단에 미흡한 60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10% 또는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은 제도 도입과 집행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12.5% 그룹에 포함됐다.
같은 12.5% 그룹에는 중국, 일본, 영국, 호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캐나다, EU,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은 관련 제도를 일부 도입하거나 개선을 약속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10% 그룹으로 분류됐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301조로 ‘관세 공백’ 메운다
이번 조치는 올해 2월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시작된 구조 재편의 산물이다. 해당 판결로 기존 조치에 제동이 걸리자, 미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전 세계 교역국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한시적으로 부과해 왔으며, 이 조치는 오는 7월 24일 종료될 예정이다.
관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틀로 무역법 301조가 동원됐다. 미 행정부는 ‘강제노동’과 ‘과잉생산’ 두 분야에 대한 301조 조사를 병행해왔고, 이번 발표는 강제노동 조사 결과에 따른 첫 번째 조치다.
제임스 그리어 USTR 대표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더 이상 이러한 불균형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과잉생산 조사까지 더해지면 최대 17.5%…품목별 구조도 변수

통상 전문가들은 과잉생산 조사 결과가 추가될 경우 관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강제노동 12.5%에 과잉생산 관련 5%가 더해지면 총 17.5% 수준까지 상승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만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는 제품은 301조 관세와 중복 부과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추가 관세가 품목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닌 일반 수입품을 중심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도체의 경우, 현재 미국이 전략 품목으로 분류해 별도 공급망 정책을 검토 중이지만 자동차·철강과 같은 형태의 품목 관세 적용 여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정부 “15% 합의 이익 균형 훼손 안 된다”…협상 총량 관리 방침
한국 정부는 지난해 대미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미국의 25% 상호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301조 기반 추가 관세 역시 이 합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원칙 아래 미국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301조 조사의 목적은 15% 관세 체계를 복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그 범위 내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산업부는 USTR 발표 직후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동 입장을 냈다.
정부는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참여 등 공식 절차를 통해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최종 관세 수준이 강제노동·과잉생산 조사 결과뿐 아니라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수준을 미국 측이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