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저가 아파트 13채를 팔아야 전국 상위 20% 고가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서울·강남권 집값이 규제에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지방 부동산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가격 격차가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3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3.4배로 집계됐다. 2008년 12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수치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 평균을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주택 시장 내 가격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이 배율이 처음 10배를 넘긴 것은 2022년 2월(10.0배)이었으며 이후 2025년 7월 12배를 기록했다.
상위 20%는 오르고, 하위 20%는 내리고
지난달 전국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5억 4518만 원으로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반면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0.001% 하락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상위 자산군은 계속 오르고, 하위 자산군은 정체·하락하는 ‘K자형’ 구조가 수치로도 선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가격 격차의 실상은 극단값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5월 한 달간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최고가는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 청담’으로 218억 원에 손바뀜했고, 같은 기간 최저 거래가는 850만 원에 불과했다. 두 거래의 격차는 무려 2565배에 달한다.
규제 후에도 멈추지 않는 강남 신고가
서울 강남권에서는 정부의 ’10·15 규제’ 이후에도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3차’ 전용 108㎡는 지난달 21일 58억 5000만 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하며 신고가를 썼다.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84㎡도 5월 중순 34억 5000만 원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음에도, 강남 핵심 입지에 대한 수요는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K자 양극화, 단기 해소 어렵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지방 간 가격 격차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방 집값도 일부 반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서울의 상승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가격 격차는 빠르게 쉽게 좁혀지지 않기에 부동산 시장에서 ‘K자 양극화’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같은 나라 안에서 서울 핵심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지방 저가 아파트를 보유한 계층 간의 자산 격차는 앞으로도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