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지킨 1위 왕좌, 中에 뺏겼다”… 삼성·LG의 ‘굴욕’, 대체 무슨 일이?

중국 TV 공세에
한국 업체들 비상등
AI 기술로 반격 나서

19년간 세계 TV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온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무대를 호령했던 LG전자가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세에 밀려나고 있다.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점유율을 역전시키며 격차를 더욱 벌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한국을 넘어선 순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8일 발표한 자료는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올해 상반기 기준, 출하량을 토대로 한 TV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 주요 3개 업체가 한국의 2개 업체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국의 TCL(15.2%), 하이센스(14.9%), 샤오미(5.8%)를 합친 점유율은 35.9%에 달했다. 반면, 삼성전자(17.9%)와 LG전자(11.8%)의 합산 점유율은 29.7%에 그쳤다. 양국 간 격차는 6.2%포인트로, 지난해 상반기 3.6%포인트에서 더욱 벌어진 수치다.

출하량 증가세에서도 양측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9250만 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TCL은 12.5%, 하이센스는 7.3%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는 출하량에 큰 변화가 없었고, LG전자는 오히려 1.1% 감소했다.

패널 종속이 부른 악순환

중국 업체들의 강세 배경에는 LCD 패널 공급망 장악이 자리하고 있다. TV 제조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LCD 패널을 중국이 쥐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 TV를 생산했다. 그러나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이 저가로 LCD 패널을 대량 생산하면서 판도가 뒤바뀌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패널 업체들은 대형 LCD 사업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이나 대만 업체로부터 패널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반면 TCL은 CSOT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하이센스 역시 중국 내 BOE, CSOT 등으로부터 안정적으로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이들은 패널뿐 아니라 반도체 등 핵심 부품까지 내재화하며 원가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가격 차이는 소비자들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2025년형 85인치 미니 LED TV를 검색한 결과, 삼성전자 제품은 282만 원, LG전자 제품은 400만 원인 반면, TCL 제품은 196만 원에 불과했다.

AI와 프리미엄으로 반격

위기 속에서 한국 TV 업체들은 AI 기술과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가격 경쟁이 어려운 만큼,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형 Neo QLED와 OLED TV에 AI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사용자 생활 패턴에 맞춘 맞춤형 추천 서비스, 집 안 보안 상황을 알려주는 모니터링 기능, 콘텐츠 관련 정보를 즉시 검색할 수 있는 기능 등이 탑재됐다.

LG전자 역시 AI 기반 화질 최적화와 음성 인식 기능을 통해 사용자 맞춤형 경험을 강화했다. 여기에 AI 챗봇 기능을 접목해 TV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도 늘렸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RGB 마이크로 LED TV 출시를 준비하며, 115인치 초대형 모델에 화질 극대화 기술을 적용했다. LG전자는 자사의 O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대형 프리미엄 라인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미니 LED TV 등 고도화된 LCD 기술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19년간 유지해온 ‘TV 왕국’의 위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한국 업체들의 기술 차별화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