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싸들고 와도 물건 안 줍니다”… 삼성·하이닉스가 글로벌 고객사에 요구한 ‘이것’

댓글 0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문 통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출처-뉴스1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이례적인 ‘주문 통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닛케이 아시아는 1월 3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메모리 제조사가 최근 고객사들에게 최종 소비자 정보와 주문량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 부족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재고를 비축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4분기 DRAM 재고는 전년 대비 급감했으며, 삼성전자의 DRAM 재고는 약 6주분으로 정상 수준인 10~12주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경영진 회의에서 “DRAM과 NAND 모두에 대한 수요가 공급 능력을 훨씬 초과한다”며 “모든 부문에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공급 부족은 TV, 셋톱박스, 저가형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소비자 전자기기 전반에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긴 인증 주기로 인해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고 비축 차단에 총력… “최종 고객 밝혀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문 통제
SK하이닉스 HBM4/출처-뉴스1

3대 메모리 제조사들은 과거와 달리 주문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고객사들에게 메모리를 공급받은 후 최종적으로 어느 기업에 납품할 것인지, 실제 수요는 얼마나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일부 중간 유통업체나 제조사들이 공급 부족을 우려해 실제 필요량보다 많은 물량을 선주문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닛케이는 “의도적인 재고 비축과 과다 주문이 시장을 더욱 교란시킬 수 있다”며 “제조사들이 진짜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모리 제조사 관계자들은 공급 부족 상황이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V 원가 2배 급등… 소비자 가격 압박 현실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문 통제
삼성전자/출처-연합뉴스

메모리 가격 급등의 여파는 소비자 제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V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품 원가(BOM) 중 DRAM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가격 상승 이전 2.5~3%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 비중이 6~7%로 두 배 이상 급증하면서 제조사들의 수익성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모와 자원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제조사들은 창고에 보관 중인 구형 제품에서 메모리 칩을 분리해 다른 기판에 재장착하는 방식으로 부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품질 문제를 감수할 수 있는 2차 시장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PC 시장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노트북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전년 대비 5.4% 감소에서 9.4%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 일부 PC 제조사들은 보급형 모델에 추가 메모리 슬롯을 설계해 소비자들이 나중에 용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하는 우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AI 수요 폭증이 근본 원인… 마이크론 수주 730억 달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문 통제
마이클론 테크놀로지/출처-뉴스1

메모리 공급 부족의 근본 원인은 인공지능(AI) 분야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다. 2025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의 21%를 AI가 기여했으며, 이른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다. 마이크론의 향후 6분기 AI 관련 총 수주 잔고는 730억 달러(약 10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론 측은 “지난 몇 달 동안 데이터센터 고객 전반에 걸쳐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들은 DRAM 시장 규모가 2025년 1,218억 달러에서 2026년 1,284억 달러로 약 5.3%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가장 큰 생산 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공급자 주도 시장에서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4 생산을 위해 한미반도체에 약 96억원(TC본더 3대) 규모의 장비를 추가 발주하는 등 차세대 제품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BM4는 2026년 2분기부터 본격 공급될 예정이다.

다만 소비자 전자기기 업계에서는 원가 상승 압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AI용 고성능 메모리에 생산 역량이 집중되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은 더욱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0
공유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