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026년 2월 12일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았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6.44% 상승한 17만 8600원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HBM3E 납품 경쟁에서 경쟁사에 밀렸던 삼성전자가 불과 1년 만에 기술력 회복을 입증한 셈이다.
삼성이 출하한 HBM4는 대만 TSMC의 최첨단 패키징 공정을 거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된다. 베라 루빈은 2026년 하반기 공식 출시 예정이며, 시제품은 다음 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개발자 대회 ‘GTC 2026’에서 최초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출하 일정을 약 1주일 앞당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HBM4 성능이 예상을 크게 웃돈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JEDEC 기준 46% 초과…’근원 기술력’ 입증
삼성 HBM4의 표준 동작 속도는 초당 11.7기가비트(Gbps)로, 엔비디아가 요구한 11Gbps 기준을 상회한다. 최고 동작 속도는 초당 13Gbps를 기록해 반도체 표준기구 JEDEC이 정한 기준(8Gbps)보다 46% 높은 성능을 구현했다. 이는 코어다이에 최첨단 10나노미터(nm) 6세대 1c D램을 적용하고,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다이에 4nm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한 결과다.
성능 향상과 함께 전력 효율도 대폭 개선됐다. HBM4는 HBM3E 대비 데이터 입출력 단자가 두 배(1024개→2048개)로 늘어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소모와 발열 문제를 저전력 특화 설계와 전력분배네트워크(PDN) 최적화로 해결했다. 그 결과 에너지 효율은 40% 개선되고 방열 성능은 약 30% 향상됐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 담당 부사장은 “최첨단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재설계 없이 안정적인 수율과 최고 성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베라 루빈이 현재 블랙웰(Blackwell) 모델보다 5배 이상 강력한 성능을 갖출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베라 루빈 초기 모델은 HBM4 8개를 탑재하며, 2027년 출시 예정인 ‘베라 루빈 울트라’는 HBM4E(7세대) 16개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HBM4 공식 출하 소식이 주가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기술력 회복 신호로 시장이 반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HBM4E·cHBM까지…통합 경쟁력으로 시장 주도
삼성전자는 HBM4 양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후속 세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는 2026년 하반기부터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시작하고, 고객 맞춤형 HBM(cHBM)은 2027년 상반기 샘플 제공이 계획돼 있다. 삼성 관계자는 “HBM4 양산 과정에서 확보한 1c D램 품질 안정성이 HBM4E와 cHBM으로의 전환에서도 핵심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차세대 HBM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경기 평택 4·5공장을 중심으로 1c D램 라인 확장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번 HBM4 출하가 단순 납품을 넘어 2026년 ‘Physical AI’ 시대의 메모리 병목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