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노동시장이 4년 후 역사적 전환점을 맞는다. 2030년을 기점으로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며, 인력 공급의 ‘절벽’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특히 향후 10년간 취업자 증가폭은 과거의 4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해, 노동시장의 구조적 위기가 본격화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12일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한국고용정보원이 작성한 ‘2024~2034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34년까지 10년간 취업자는 단 6만 4,000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직전 10년(2014~2024년 267만 8,000명 증가)의 약 2.4%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2029년 이후다. 2029~2034년 사이 취업자는 오히려 30만 3,000명 감소해, 2030년부터 본격적인 감소세로 접어든다.
과거 300만명 증가에서 13만명으로… 경제활동인구 급감
경제활동인구 전망은 더욱 충격적이다. 2024~2034년 경제활동인구는 13만 6,000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2004~2014년 329만 2,000명 증가, 2014~2024년 256만 3,000명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과거 10년의 약 5% 수준으로 급락하는 셈이다. 2024~2029년에는 34만 6,000명 증가하지만, 2029~2034년에는 21만명 감소하며 취업자와 마찬가지로 2030년 분수령을 맞는다.
이 같은 노동력 공급 제약의 근본 원인은 인구구조 변화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4~2034년 사이 192만 7,000명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은 206만 3,000명 증가한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34년 31.7%까지 확대되며, 경제활동참가 성향이 낮은 고령층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가 고착화된다. 고용률(15세 이상)도 2024년 62.7%에서 2034년 61.5%로 1.2%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보건복지 98만명↑ vs 도소매 43만명↓… 산업 지각변동
산업별 일자리 전망에서는 극명한 명암이 엇갈렸다. 고령화와 돌봄 수요 확대로 보건복지업 취업자는 98만 2,000명 증가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AI 등 기술혁신 영향으로 정보통신업(19만 3,000명), 전문과학기술업(13만 6,000명)도 증가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온라인화·플랫폼화 여파로 도소매업은 43만 1,000명 감소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제조업(20만 9,000명 감소), 건설업(19만 9,000명 감소), 농림어업(11만 5,000명 감소)도 대규모 일자리 축소가 불가피하다. 직업별로는 전문가(54만 7,000명)와 서비스직(24만명)이 증가하지만, 판매직(26만 8,000명 감소), 장치·기계조작직(18만명 감소), 기능원(12만 8,000명 감소)은 자동화 물결에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일본 수준 달성하면 성장률 2%”… 122만명 추가 확보 과제
정부는 인력 공급 제약이 경제성장률에 직접적 악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경제성장률이 1.6% 수준에 머물지만, 모든 연령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일본(2024년)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2%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서는 2034년까지 122만 2,000명의 추가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이창수 한국고용정보원장은 “향후 고용정책에선 잠재 인력 활용 확대와 산업별 구조 변화에 대응한 인력 재배치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청년·중장년·일하는 부모·장애인 등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강화하고,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 혁신을 통해 원활한 이·전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중장기 인력 부족과 산업 전환은 구조적 과제”라며 “인구 구조변화와 AI전환 등 기술혁신 속에서 소외되는 계층 없이 누구나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심의회에서는 철강산업 부진을 겪는 광양시를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고, 2026년 고용영향평가 대상 과제 11개를 선정하는 등 구체적 대응책도 마련됐다.